[사설] 성숙한 性문화 강조한 혼빙간 위헌 결정
수정 2009-11-27 12:00
입력 2009-11-27 12:00
헌재의 위헌 결정이 아니더라도 혼빙간 조항은 사문화되다시피 한 게 현실이다. 지난 10년간 기소율은 6.4%에 불과하고,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한 해 3~4명뿐이다. 그나마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에 그친다. 무엇보다 조항이 지닌 구시대적 가치와 범죄 입증의 한계 때문이다. 남자는 혼인 의사가 명백히 없었어야 하고, 여자는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 즉 음란하지 않은 여자라야 피해가 성립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지극히 남성 중심의 봉건적 윤리규범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 변화상을 떠나 법리 하나만으로도 폐기가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헌재의 혼빙간 위헌 결정은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의 사적 권익까지도 법이 보호해야 했던 개발 시대를 넘어 우리 사회가 남녀 간 권익에 있어서 보다 동등한 시대로 진일보해 가고 있음을 웅변한다고 할 것이다. 간통죄 폐지나 강간 피해자에 남성을 포함하려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혼빙간 위헌 결정 앞에서 우리 사회가 분명히 해 둬야 할 것이 있다. 헌재의 결정이 성에 대한 윤리규범과 개인 간 신의성실이 날로 약화돼 가는 풍조를 용인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오히려 성 윤리에 대한 자기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성 문화의 확립을 염원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윤리와 가치를 되돌아 볼 때인 것이다.
2009-11-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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