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성장·분배로 재단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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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5-13 07:05
입력 2005-05-13 00:00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협의하면서 복지와 국방예산은 연 9% 이상 늘리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증가율은 연평균 1.6%로 억제하기로 했다고 하자 분배를 위해 성장잠재력 확충을 희생시키겠다는 발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파이를 키워야 할 판에 선진국형 복지모델을 흉내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소득 1만 5000달러에 이른 지금도 성장주도형 개발시대의 잣대로 예산을 재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천명했듯이 ‘동반성장’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려면 양극화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성장주도론자들은 파이를 키우면 분배는 절로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분배정의 실현은커녕, 양극화만 더욱 심화됐던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소외층과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복지분야의 예산 증가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평가된다.2001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은 8.7%로 미국(14.8%)이나 일본(16.9%)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주요 선진국(20% 이상)보다 월등히 낮다. 지난 40년간 개발지상주의가 낳은 결과다.

우리는 민간부문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분야는 재정에서 맡되 SOC나 성장동력분야는 민자 유치나 민간의 자율에 넘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는 성장·분배논리와는 별개다. 다만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구호에 얽매여 국방예산을 매년 9∼10% 증액할 필요가 있는지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은 정부안보다 더 높일 것을 요구했다니 정치적 의욕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2005-05-1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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