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도 붕괴위험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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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4-23 00:00
입력 2005-04-23 00:00
천연기념물 336호인 독도의 두 섬 가운데 동도(東島)의 정상 부분이 붕괴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서울신문의 현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해발 98.6m 중 수직으로 10여m가 갈라져 더 방치하면 산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독도의 균열 우려는 이미 지난 200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돼 이듬해 해양수산부가 지질상태를 개괄적으로 파악했을 뿐, 천연기념물을 관리 중인 문화재청은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라며 자체 정밀조사를 제대로 벌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섬의 붕괴는 풍화작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시설물 공사에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최근부터 관광객의 입도 허용으로 붕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한다. 붕괴지점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는 레이더 철탑이 서 있고, 경찰 경비대의 숙소도 인근에 있어 어떤 식으로든 서둘러 손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상습적인 영유권 생떼 이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마당인지라 이런저런 ‘독도개발사업’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독도의 생태계와 자연보호를 위한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독도는 사계절 풍광도 훌륭하지만 60여종의 식물과 22종의 조류,37종의 곤충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이런 가치 때문에 지난 1982년 섬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문제다. 경비대가 붕괴 상황을 상부에 보고하는 식의 대처로는 곤란하다.

독도의 지반구조가 응회암·각력암 등으로 이루어져 풍화에 취약하고, 붕괴지점의 지형이 험해 지지대 설치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건드리는 게 더 훼손”이라는 문화재청의 입장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나태한 인상마저 준다. 독도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정밀한 지질·안전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관광객의 무분별한 입도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독도는 영토로서의 중요성도 크지만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도 소중하다.
2005-04-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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