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람직스러운 고위공직 후보 공개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5-02-18 06:45
입력 2005-02-18 00:00
청와대가 새로운 인사를 시도했다.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후보자를 인사추천위원회가 2배수로 발표하고 며칠간 여론검증을 거친 후 대통령이 재가하는 방식이다. 고위공직 내정자가 비공식으로 공개된 적은 있지만 공개적으로 여론검증을 거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총장이나 국세청장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청문회와는 별도로 여론검증을 거쳐 더 훌륭한 후보를 찾아낸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새로운 시도는 신선하다.

최근 교육부총리 인사파문에서 보았듯이 임명 후 문제점이 드러나면 본인은 물론 인사권자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공직사회도 기관장의 조기퇴진 등 돌발사태가 생긴다면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물론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완벽하다면 ‘사전예고제’ 성격의 시도는 필요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고, 개인이 감추고 있던 비리가 새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고위 공직자의 복수추천과 여론검증은 인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후보자의 치명적 약점 유무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시도로 보인다.



고위 공직자의 여론검증 인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언론과 공직사회 등에서 후보자의 자질 등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인을 겨냥한 인기몰이식이나 흠잡기식의 편가르기가 아니라 객관적인 업무능력이나 평가를 토대로 후보가 그 직에 적절한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여론몰이식 부작용이 있다면 오히려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청와대의 이번 인사시도를 제도화하는가 하는 문제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인사권자 고유의 인사권을 제약할 소지도 있고, 또 모든 고위공직에 이를 적용한다면 대상 후보자들의 과열경쟁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미리 내정자를 정해 놓고 복수추천을 해 들러리를 서게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번 사전 여론검증 결과를 토대로 충분한 보완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2005-02-18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