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대통령, 통큰 리더십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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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5-29 00:00
입력 2004-05-29 00:00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연세대 특강에서 나타낸 현실인식은 걱정스럽다.노 대통령은 “대화와 토론,설득을 했는데도 마지막 꼭지가 안 따질 때 표결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상생”이라면서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맘대로 하자,약육강식이 우주섭리가 아니냐고 말하는 쪽에 가깝다.”고 밝혔다.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으나,‘김혁규 총리’ 논란과 한나라당의 ‘합리적 보수’ 표방을 겨냥했다는 관측이다.대통령의 발언이 원론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오해를 살 만한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총리 지명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측이 대화·설득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보지 않는다.김혁규 전 경남지사 총리지명 반대 이유로 일부 여당 의원들은 개혁성 부족을,한나라당은 당적 변경을 든다.이에 대해 문희상 대통령정치특보는 김혁규 총리 지명문제가 잘 처리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 지도부 인책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총리 지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하지만 여당에는 일방적으로 따라오라고 하고,야당에는 다수결에 승복하라는 태도로는 난국을 해결하기 힘들다.



노 대통령은 특강에서 “합리적 보수,따뜻한 보수,별의별 보수를 갖다 놓아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규정했다.보수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모두를 극단적 보수로 치부하는 듯한 언급이다.더욱이 진보편에 안 서면 정의롭지 않다는 이분법을 들이대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스스로 진보를 자처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보수까지 아우르고 감싸안아야 하는 자리다.“이제 서로 존중하고 타협을 통해 합의 문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며 이날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것과도 배치되는 발언이다.

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단점을 지적하고,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평가한 것도 성급한 발언이었다.지나친 강조어법으로 오해를 불렀던 지난 사례를 다시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우리는 노 대통령이 탄핵소추 국면을 겪은 뒤 더욱 통 크고,사회를 통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랐다.˝
2004-05-2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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