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돋히다’와 ‘돋치다’/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수정 2021-04-22 02:29
입력 2021-04-21 20:20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일러 ‘가시 돋힌’이란 표현을 사용한 글들을 자주 보게 된다.
‘공격의 의도나 불평불만이 있다’는 뜻의 ‘가시가 돋다’를 강조한 것으로 ‘먹다’, ‘잡다’에 피동 접사 ‘-히-’를 붙여 ‘먹히다’, ‘잡히다’로 만드는 것처럼 ‘돋다’에 ‘-히-’를 붙여 ‘돋히다’로 쓴 것이다. 그러나 ‘돋다’는 피동형 표현을 만들 수 없는 자동사다.
피동이란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을 말한다. 즉 무언가에 의해 그 동작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 부합해야 피동 표현이 가능하다.
‘소름’을 예로 들어 보자. 소름은 내 몸에 스스로 돋아나는 것이지 남에 의해 돋아나게 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돋히다’와 같은 피동 표현을 쓰면 안 된다. 다시 말해 ‘돋히다’는 남에 의해 내가 돋음을 당하게 되는 것인데, ‘돋다’는 언제나 스스로의 작용에 의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피동 표현으로는 쓸 수 없다.
따라서 여기에 적합한 말은 ‘밖으로 생겨 나와 도드라지다’란 뜻의 ‘돋치다’이다. ‘돋다’에 강조의 의미를 더하는 접사 ‘-치-’가 붙은 꼴이다. ‘날개 돋힌 듯 팔리다’에서의 ‘돋힌’도 ‘돋친’이 바른 표현이다. ‘돋히다’는 무조건 ‘돋치다’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2021-04-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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