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비의 종류/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수정 2020-07-30 04:19
입력 2020-07-29 17:42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농경민족이었던 우리 조상들에게 비를 가리키는 이름은 수십 가지나 됐다. 안개비, 는개,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 실비, 장대비, 여우비, 억수, 웃비, 단비, 바람비 외에 한자어까지 합치면 족히 40~50개는 된다.
‘안개비’는 빗줄기가 매우 가늘어서 안개처럼 부옇게 보이는 비를 말한다.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조금 가는 비는 ‘는개’다. ‘이슬비’는 말 그대로 이슬처럼 내리는 비로 는개보다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늘다. ‘가랑비’는 보통 가늘게 내리는 비를 두루 이르는 말이다. 조용히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보슬비’나 ‘실비’도 가랑비의 일종이다. ‘부슬비’는 보슬비의 큰말이다.
‘여우비’는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소나기’는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 곧 그치는 비다. 물을 퍼붓듯 세차게 내리는 비는 ‘억수’, 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는 ‘장대비’다. 비슷한 말로 ‘작달비’가 있다. 웃비는 아직 우기(雨氣)는 있으나 좍좍 내리다가 그친 비, 단비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 바람비는 바람과 더불어 몰아치는 비를 말한다.
‘안개비<는개<이슬비<가랑비<장대비’ 순으로 빗방울이 굵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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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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