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과반을 넘었다/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수정 2020-04-16 04:40
입력 2020-04-15 22:38
여론조사 결과나 선거 결과를 발표할 때 “과반을 넘었다”는 표현을 자주 보게 된다. 너무 익숙해 그냥 넘기기 일쑤지만 잘못 사용된 경우다. ‘과반’(過半)의 뜻은 말 그대로 ‘절반이 넘음’이다. 단어 속에 ‘반을 넘다’란 의미가 들어 있다. “과반을 차지했다” 또는 “절반 넘게 차지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다.
‘과반 이상’이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에서도 ‘과반 이상 의석수 확보’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이상’은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 기준보다 많을 때 쓰는 말이다. ‘과반’ 안에 ‘이상’이란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러니 ‘과반 의석수’나 ‘절반 이상 의석수’처럼 ‘과’(過)든 ‘이상’이든 하나만 사용해야 한다. ‘-여’(餘)도 ‘넘다’나 ‘이상’과 함께 쓰면 부자연스럽다. ‘-여’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그 이상’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부상자가 20여명 넘게 발생했다”고 하면 의미가 중복된다. “부상자가 20여명 발생했다”, “부상자가 20명 넘게 발생했다”고 하는 게 적절하다. 또한 ‘-여’는 기준이 되는 수보다 작은 수를 나타낼 때는 사용하면 안 된다. 200명 가까이 되는 수를 나타낼 때는 ‘200여명’이 아닌 ‘200명가량’이나 ‘약 200명’으로 표현해야 한다.
oms30@seoul.co.kr
2020-04-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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