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지방시대’ 외면하는 포스코의 교육 인식

김상현 기자
김상현 기자
업데이트 2024-04-19 01:46
입력 2024-04-19 01:46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교육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걱정했어요. 포스코가 수도권에만 치중하고 지역 학교 안배는 등한시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포스코가 포스코교육재단에 출연하던 교육기금을 2022년부터 3년째 중단했다는 점을 취재하는 도중 교육청 공무원이 포항제철고에서 들었다며 전해준 얘기다.

포스코 경영진이 교육 사업을 외면하다 보니 이들 학교에 대한 지원이 줄었고, 포스코는 학교 운영 책임을 학교에 전가하게 된다. 학교가 알아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식이다. 결국 자사고인 포항제철고의 경우 학교 운영을 위해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를 인상해야 했고 이는 결국 학부모 부담 가중으로 이어졌다. 2012년 분기당 27만원이던 이 학교 수업료는 올해 70만원까지 올랐다. 학교운영지원비는 분기당 105만원이나 된다.

포항제철고 재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돈은 돈대로 내는데 교실 모니터는 10년은 더 돼 보이는 구형”이라며 “교육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포스코는 모르는 모양”이라는 원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 인천에서 12개 유치원과 초중고를 운영하는 포스코교육재단에 2012년엔 385억원을 출연했지만 2022년부터는 아예 출연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가 지역 교육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은 포스텍 의과대학 신설을 두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항시는 포스텍 의대 설립을 지역의료 여건을 개선할 기회로 삼는 동시에 이를 시대적 대세인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극복의 새로운 모델로 보고 전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텍의 행보는 반대다. 소극적이다 못해 양쪽 눈을 모두 감은 모양새다. 포스텍의 한 교직원은 이 상황을 한마디로 “포스코의 압력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포스텍 의대 설립은 병원 건립과 맞닿아 있는 사안이어서 포항 지역에 돈을 내놓는 데 인색한 포스코가 대놓고 반대한다는 것이다.

‘제철보국(製鐵報國), 교육보국(敎育報國)’은 포스코 창업주 고 박태준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1973년 포항제철소를 만들 당시 포항시 남구 지곡동에 직원용 주택단지를 건설했다. 그 안에 당시 최고 수준의 유·초·중·고교를 만들었고 1986년에는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공대인 포스텍도 지었다. 지역 인재 육성과 기술 개발, 산업 발달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교육을 통한 기업과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꾀한 것이었다.

그런데 미래기술연구원 성남 분원에는 1조 9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포스코교육재단에는 단돈 10원도 내놓지 않는 지금의 포스코를 보면 오히려 지방소멸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장인화 회장은 ‘최정우 전 회장의 잘못된 판단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한 포항시의원의 충고를 귓등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

김상현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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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전국부 기자
김상현 전국부 기자
2024-04-1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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