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정치비평] 대통령의 ‘리멤버 1219’
수정 2008-12-17 00:54
입력 2008-12-17 00:00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 상승이 충족되지 못하면서 MB 지지층에서 이탈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정부 출범전에는 MB를 지지했지만,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탈층’이 23.4%를 차지했다.이 수치는 ”정부 출범전에는 MB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지한다.”는 ‘유입층’(5.2%)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이다.MB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던 40대(25.6%),중도(23.5%),화이트칼라(25.2%),수도권 거주자(26.7%)에서 이탈의 규모가 예상외로 컸다.더구나,지난 대선에서 MB를 지지했던 37.8%가 이탈하는 사태에 이르렀다.이러한 이탈층만을 대상으로 이탈 이유를 물어본 결과,“경제 살리기 능력 부재”를 지적한 비율이 39.4%로 가장 많았다.그 다음으로 “인사정책 실패” 18.7%,“정책의 일관성 부재” 14.9%,“리더십 부족” 11.1% 순으로 나타났다.이런 조사 결과는 MB에 대한 지지 철회의 근본 이유가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과 능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MB는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이하면서 이와 같은 참담하고 가혹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백가쟁명식의 해법이 대두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다.대통령은 “나는 예외이며 지금은 고전하지만 결국은 성공할 것이다.”라는 근거없는 낙관주의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더욱이 서울시장 시절처럼 청계천과 교통체계 개편과 같은 정책으로 지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한방 신화’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4대강 정비 사업이 이러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옳다.주먹에 쥐고 있는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집을 수 있는 것처럼 대통령도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친이명박 계파를 과감하게 해체하고,만사가 형(兄)으로 통한다는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며,정치는 더러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더불어,대통령은 자신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관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글로벌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침통한 이때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요란하고 허황된 ‘리멤버(Remember) 1219’가 아니라 조용하고 봉사하는 ‘대선 승리 1주년’ 행사를 보낼 것을 주문해 본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2008-12-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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