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부정에서 긍정의 의미까지 생긴 ‘개’/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수정 2017-03-16 00:29
입력 2017-03-15 22:34
‘개’는 어디에 붙어 쓰이나 이렇듯 좋지 않은 뜻을 떨구지 못한다. ‘개차반’이란 말에선 더욱 심하다. ‘차반’은 음식이고 반찬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개’가 붙으면서 모욕적인 말이 돼 버렸다. 언행이 매우 안 좋은 사람을 가리킬 때 ‘개차반’이라고 하는데, 본래 개가 먹는 음식, 즉 ‘똥’이라는 뜻이다.
이와 달리 봄을 알리는 꽃 ‘개나리’는 앞의 ‘개’들과 다르다. ‘개’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의미가 덧씌워져 있지만, 본래 ‘개나리’의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가리키는 ‘개’에서 왔다. ‘개흙’에도, 사이시옷이 들어간 ‘갯길경’에도 이 ‘개’가 보인다. 갯길경은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풀이다. 개나리꽃의 경남 방언은 ‘갯꽃’이기도 하다. ‘개나리’는 습지에서 크는 물푸레나뭇과에 속한다.
요즘 들리는 ‘개’는 이러한 ‘개’들과 완전히 다른 의미로 통한다. 부정적이거나 거친 의미를 털어 버렸다. ‘개이득’의 ‘개’는 ‘크다’는 뜻이다. ‘개 좋아’는 너무 좋다, ‘개 나빠’는 너무 나쁘다는 말이다. 이때는 ‘너무’와 아주 잘 통한다. 긍정과 부정을 넘나들며 쓰인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7-03-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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