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퍼즐과 실루엣
수정 2017-05-22 22:48
입력 2017-05-22 22:38
우리 머리 위에서 비치는 해는 발아래로 동그란 그림자를 만들어내지만 뉘엿뉘엿 지는 해는 전봇대와 같은 그림자를 길게 그려놓는다. 이 모든 그림자는 모두 우리의 실루엣이다.
지표 관측 자료 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동반되기도 한다. 초대형 지진의 발생 기작과 환경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그것이다. 암석 고압 마찰 실험을 통해 응력과 마찰의 상관관계, 단층의 파열과 미끄러짐 등 복잡한 관계를 실험을 통해 하나씩 이해해 가고 있다.
최근 제한적이지만 지구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생기고 있다. 이런 직접 확인은 그간 막연히 믿어왔던 여러 사실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 해양연구소가 주축이 돼 시도하고 있는 난카이 해구 지역 직접 시추가 한 예다. 연구소 측은 직접 시추를 통해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는 판경계부의 물질 상태와 응력 분포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또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23개국이 참여하는 해양 지각 시추 탐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활성 단층에 대한 직접 시추를 통해 단층면의 상태를 직접 모니터링함으로써 지진 발생 기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의 한계로 이런 직접적인 관측과 자료 수집은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각각의 연구 결과는 전체 그림을 이루는 수많은 퍼즐 가운데 하나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과 같다.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전체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결국 전체 그림과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퍼즐 맞추기는 때론 비슷한 퍼즐 조각을 반복적으로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도 있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투영된 다양한 그림자들을 모아 조금씩 실체를 이해해 가고 있는 과정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렇듯 지구를 이해하는 일도 다양한 관측과 연구 결과의 종합으로 도달할 수 있는 일이다.
지구과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에 대한 학문이다. 이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어렵고 지난하지만 지구과학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2017-05-23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