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사르코지 튀는 행보 왜?/이종수 파리 특파원
수정 2008-01-26 00:00
입력 2008-01-26 00:00
지난해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그가 보여준 독특한 대통령상에 프랑스인들마저도 꽤나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사르코지는 이혼 뒤 새 연인과의 여행 등 웬만한 대중문화 스타보다 더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 현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렉스프레스나 르 포앵 등 프랑스 언론들이 최근 흥미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사르코지의 튀는 행보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징후가 보였다. 한 장면이 대선 기간 중 혼자 시골에 내려가 백마를 타고 달리며 기자들 앞에서 나폴레옹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다.
이런 그의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스타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한다. 실제 ‘어린 사르코지’는 대중문화 스타들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방에는 늘 조니 할리데이 등 당시 대중문화 스타들의 포스터가 도배되다시피 했다고 알려졌다.
스타들을 닮으려는 노력은 정치 신인 시절 구체화됐다. 사르코지는 1995년 펴낸 자서전에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하고 있다.1977년 뉘-쉬르-센 시의원으로 막 당선된 사르코지는 신분증을 발급받지 못해 시청에서 열린 방송 스타 미셀 사르두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해 속이 상했다. 그래서 일단 유명인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후 30년 동안 그는 숱한 스타들과 교유했고 마침내 자신이 ‘스타 중의 스타’가 됐다. 프랑스 언론들은 대선 후보 시절의 그를 영화를 찍는 배우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연인 카를라 브뤼니와 함께 이집트 룩소르를 방문한 뒤 프랑스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텔레비전에 또 나왔지?내 이미지가 좋았어?”라고 물었다는 일화는 어느만큼 스타 마케팅을 의식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출판인 자크 세겔라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프랑수아 미테랑의 보좌역이었다가 지난해 대선 결선투표에서 사르코지를 지지했던 그는 사르코지에 대해 “그는 래퍼처럼 말한다. 반말 투에 가까운 그의 말은 이미지로 가득하다.”고 설명한다. 이전 대통령들은 딱딱하거나 신중한 톤으로 말했는데 사르코지는 랩의 리듬을 따라 간다는 것이다. 이런 사르코지의 의사 전달 방식에 대해 세겔라는 “그의 방식은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직접 소통하는 민주주의”라고 비유했다.
이런 스타 마케팅 방식에 힘입어 최근 ‘보통 사람, 대통령’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사생활이 바로 공적 영역이 돼버리고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개인화돼버린 셈이다. 물론 이 말에는 부정적 의미도 곁들여 있다. 사생활 노출로 지속적 눈길을 끌면서 정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르코지식 대통령상이 그의 타고난 기질에서 비롯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 이유로 사르코지가 스타 마케팅을 조직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든다. 튀는 행보도 타고난 기질 때문에서 나온 즉흥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한 측근은 “사르코지는 대통령 자리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지 않고 자기 개성에 대통령 자리를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떤 시각이 정확한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인들의 반응이다. 지나친 언론 보도에 대한 ‘염증’이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4곳이 1월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47%대 안팎으로 떨어졌다. 물론 구매력 상승을 위한 그의 공약이 설득력을 잃은 탓도 있지만 지나친 사생활 노출에 대한 반감도 크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사르코지도 무게중심을 다시 ‘정치’로 옮겼다.22일 대표적인 파리 외곽 빈민 지역인 사르트푸빌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역시 스타 마케팅으로 읽힌다면 지나친 반응일까?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2008-01-2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