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층간소음/오승호 논설위원
수정 2013-02-12 00:00
입력 2013-02-12 00:00
이미 사회 문제화된 아파트 층간소음 원인의 72.3%는 아이들이 뛰거나 쿵쿵대며 걷는 발걸음 소리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소음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킨다. 장기간 소음에 노출되면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도 한다. 국내 업체들은 1990년대 중반 소비자를 잡기 위해 자동차, 가전제품, 아파트의 소음 줄이기에 나섰다. 자동차업체는 엔진과 바퀴소리 등이 차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기술 개발에 골몰했다. 굴지의 전자업체는 소음을 음압(데시벨·dB)이 아닌 사람의 체감 차원에서 줄이는 작업을 했다. 소음과 진동 분야 박사 10여명이 동원됐다. 당시 업체들은 가전제품의 소음 허용치를 크게 낮춰 컴퓨터, 냉장고, 진공청소기 등의 디자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으면 시장에 내놓지 못하게 했다.
설 하루 전인 지난 9일 서울에서 아파트 층간소음 다툼으로 2명이 살해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행 층간소음 규제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층간소음 피해를 봤다며 정부기관에 신고한 건수는 7000여건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이 3배 이상 늘었다. 바닥 두께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된 2004년 이전 지은 건물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주택난 해소를 위한 주택의 양적 확대 정책의 부산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층간소음 문제는 도외시돼 왔기 때문이다.
독일은 집단주택이나 아파트에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악기 연주나 음향재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정당들이 선거공약에 소음방지계획을 포함시킬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65%로,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바닥 두께와 층간소음 피해 인정 기준 조정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실정이다. 아파트 공급 체계가 공급자에서 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부터 층간소음을 방지하는 제도적인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2013-02-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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