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아바타와 힌두교/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수정 2010-08-23 00:00
입력 2010-08-23 00:00
힌두 신이 무수하게 많다고 해서 힌두교를 다신교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창조자 하나님과 피창조자인 인간, 동물, 자연계를 엄격히 구분하는 기독교와는 달리 힌두교는 창조자와 피창조자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브라마에 의해 창조된 우주만물은 동시에 브라마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브라마는 하나의 인격적인 신이라기보다 신성한 절대원리, 또는 실존을 의미한다. 힌두의 무수한 신도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창조자 브라마의 여러 기능과 형상이 제각각 나타난 아바타에 해당한다.
영화 아바타가 생명존중을 강조한 점도 힌두교의 가르침과 일치한다. 나비족이 자연계의 동식물과 소통하며 그 생명을 존중하는 것처럼 힌두교는 인간과 동물은 동등한 존재로서 다 함께 영혼을 가진다고 믿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현생에서 쌓은 삶의 결과 즉, 업(카르마)에 따라 환생하는 과정에서 인간이나 동물로 다르게 태어날 뿐이다. 따라서 인간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힌두교의 일파인 자이나교는 ‘아힘사’ 즉, 모든 생명체에 대한 지극한 존중과 비폭력을 통해 영혼의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자이나교도는 빗자루를 지니고 입에는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빗으로는 길에 있을지도 모를 곤충을 살며시 치우고, 마스크로는 입에 행여 곤충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힌두교의 생명존중과 비폭력정신은 마하트마 간디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업에 의한 환생의 믿음은 인도인의 실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하고 환경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인도인의 만족도가 세계에서 높은 편인 이유도, 살생을 피하고 채식을 장려하는 것도 환생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오늘 내가 가난하고 못난 것은 전생에서 나의 업 때문임으로 남을 탓할 수 없으며, 부자와 권력자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나 역시 현생에서 좋은 업을 쌓으면 내생에서 좋은 환경에 태어날 것이다.
힌두교는 기원 전 2000년쯤 아리안 족이 인도에 침입한 이래 다양한 신화와 관습이 쌓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신앙체계로 뚜렷한 창시자, 통일된 교리와 교회, 선교의 개념이 별로 없다. 힌두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의 하나이자 불교의 모태로 신자수가 9억명에 달한다. 인도인에게는 생활 자체라고 할 만큼 밀접하다. 어떤 이는 힌두교가 코끼리나 원숭이 등 미천한 동물마저 우상숭배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힌두교를 우상숭배로 단정할 수는 없다. 힌두교가 믿는 것은 돌이나 나무로 빗은 상(像) 자체가 아니라 상 뒤편 신의 개념이다. 영화 아바타는 판도라에 사는 외계인의 생명과 전통 생활양식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물며 같은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끼리 종교와 전통이 다르다고 해서 업신여기거나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2010-08-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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