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용산참사 해결 해 넘기지 마라/최용규 사회부 차장
수정 2009-10-30 12:00
입력 2009-10-30 12:00
요즘 중국이 공자 배우기에 한창이라고 한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자들은 걸핏하면 공자 어록을 들먹인다는 보도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봉건 구질서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공자를 왜 부활시키려는 것일까. 다름아닌 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仁)을 통해 국가경영의 화두를 삼으려는 지도부의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안다. 공자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바로 한비다. 그의 철학 핵심은 군권(君權) 강화와 엄벌주의다. 한비자형 중국이 공자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용산재판’은 끝(대법원)까지 갈 수도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은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일이다. 정부는 1심 판결로만 볼 때 공권력 투입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재판과는 별개로 오열하는 희생자 가족의 눈물을 닦아줄 책임 또한 정부에 있다. 재판 진행과 관계 없이 정부가 용산참사 수습에 나서야 할 이유다. 해를 넘길 문제가 결코 아니다. 법을 어기라는 얘기가 아니다. 덕치, 인치(仁治) 차원에서 해결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일은 아무래도 정치권이나 특정 시민단체보다는 종교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게 좋을 듯싶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도 뒤로 물러나야 한다. 법과 투쟁이 아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가 취임 초 유가족들을 만났다. 양쪽 모두 기대가 있는 만큼 실행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최근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이 바뀌었다. 축하도 할 겸 대통령과 종교지도자들이 만나 용산문제를 테이블에 올리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정부와 국회도 용산참사의 원인이 된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팔을 걷어야 한다. 곧 연말이다. 유가족들이 1년 가까이 입고 있는 상복을 벗고 태평로와 청계천의 연말연시 밤풍경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용규 사회부 차장 ykchoi@seoul.co.kr
2009-10-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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