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살 예방 대책 발 벗고 나서자/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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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07 02:08
입력 2009-05-07 00:00
요즘 자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4년 이후 OECD 국가 중 1위인 데다 그 수도 1만 2000명 수준으로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사망자 수 7000명 수준보다 훨씬 많다. 특히 교통사고·산업재해 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는 감소세인 데 비해 자살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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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자살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파산 등 경제적 문제와 이혼 및 배우자 사별 등으로 인한 충격과 사회적 고립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정신적 허무와 황폐감 등으로 갑자기 목숨을 끊기도 한다. 정치적·이념적 자살 테러에 의한 죽음도 있다. 어떠한 경우든 잘못된 개인선택의 결과이지만 이런 선택을 낳게 한 경제·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한 심각한 성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살의 증가는 산업화·세계화와 관련이 있다. 비교적 안정된 농경사회와 달리 산업화는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도시화에 따른 가족의 해체는 물론 정규직의 감소로 직장의 안정성도 감소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체계 하에서 패자는 있게 마련이고 이때 자살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고립이 증가할 수 있다. 1998년 IMF 경제위기 시 자살률이 급속히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소득분배의 편중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우리 속언은 절대적 빈곤이 해소돼도 상대적 빈곤이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결과를 과정보다 중시함으로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 와중에 생명경시 풍조가 자리잡고 있다.

삶의 질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자살률은 한 나라의 행복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의 하나로 평가된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 사회 사람들의 삶이 팍팍함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자살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사회적 책임을 방기해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산업재해나 자동차 사고의 발생을 낮추기 위해 만반의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아끼지 않아 왔지만 자살에 대해선 국가 차원의 대책이 미흡했다. 그나마 2008년 말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범정부적 대처를 시작했지만 예산 등 실행을 뒷받침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자살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선 긴 시간이 요구된다. 따라서 자살의 원인 자체를 감소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자살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자살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용이한 방안부터 찾아 대처하는 일이 시급하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들끼리 이뤄지는 집단자살은 사이버범죄 차원에서 단속이 강화되면 어느 정도 차단이 가능하다. 또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늘어난 소위 ‘베르테르 효과’는 언론매체들이 선정적 보도를 자제하면 줄일 수 있다. 농약 등 자살을 쉽게 하는 위험요소도 노력 여하에 따라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자살 위험이 높은 우울증 환자 등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도 관리 시스템 강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사회문화적으로 생명중시 분위기 조성은 종교단체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유아기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하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갈등 완화와 사회통합 강화가 필요하다. 아직도 높은 노인자살 등 생계형 자살은 소득 및 건강보장 정책이 강화되면 효과적으로 통제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와 장기요양보험제가 점차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보장률을 좀더 빠르게 높여 나가야 한다. 자살이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는 인식 아래 경쟁체제에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2009-05-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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