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10급 공무원/노주석 논설위원
수정 2009-04-23 00:22
입력 2009-04-23 00:00
하고많은 공무원 중에 ‘10급 공무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만큼 승진이 어렵고 뼈에 사무치는 비애를 숱하게 겪기 때문이다. 10급 공무원이란 일반직, 특정직, 별정직, 계약직, 정무직, 고용직과 더불어 경력직 공무원에 속하는 기능직 공무원을 말한다. 사무, 조무, 운전, 방호, 교환 등 40∼50개 세부 근무분야가 있다. 일반직 공무원이 9급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해 10급 공무원이라고 부른다. 공무원 신분증에 새겨진 ‘기능직 ○급’이라는 글자를 주홍글씨처럼 안고 산다. 제도상 1급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만 사실상 8급이 상한선이다.
주사, 사무관, 과장 같은 직명이 없다 보니 20년을 근무한 고참이나 갓 들어온 신입이 서로를 ‘○○씨’ ‘△△선생’이라고 호칭한다. 정년이 보장되고 복지혜택도 누리는 엄연한 공무원 신분이지만 자신들을 공직사회의 비주류, 일반직의 머슴, 하수인, 잡부 등으로 비하하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를 ‘공직사회의 마이너리티’로 여긴다. 일반직 전환은 하늘의 별 따기. 제도적 한계 속에서 자포자기한 일부 기능직 공무원들이 얼마전 복지 보조금 횡령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27년 동안 써온 ‘기능직 공무원’이라는 명칭이 공무원의 자긍심을 깎아내린다면서 새 명칭을 공모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명칭을 바꾼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기능직 공무원시험을 별개로 운영하는 한 출신성분상 서열과 차별은 없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기능직을 꼭 필요한 전문 기능분야에만 유지하고, 사무직군은 행정직으로 전환하고, 10급 시험을 폐지해 일반직 9급과 동등하게 뽑는 혁신이 해결책일 듯싶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04-2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