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희망실현창구’/노주석 논설위원
수정 2008-12-15 00:54
입력 2008-12-15 00:00
미국의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부인 시절이던 1995년 그라민은행을 살펴보기 위해 방글라데시의 마을을 방문했다.아낙네들로부터 “암소가 있나요?”“돈을 버나요?”“아들은 몇인가요?”라는 질문공세를 받았다.암소도 없고,자신의 수입이 없고,딸만 하나라고 답한 힐러리에게 이들은 “참 안됐다.”면서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힐러리는 이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했다.기회 있을 때마다 그라민은행과 유누스가 노벨평화상이나 경제학상감이라고 강조했다.저서 ‘살아있는 역사’에 그때의 감동을 적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은 1999년 우리나라에 상륙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지난 9일 국회도서관에서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참석자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부족과 무관심을 질책했다.신나는 조합,사회연대은행 같은 관련 단체가 활약하고 있지만 경제난을 헤쳐 나갈 돈이 필요한 사람 수에 비해 자금은 ‘새발의 피’다.
서울 강남구(구청장 맹정주)가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이 운동에 뛰어들었다.‘희망실현창구’라고 이름 붙인 1호점이 일원동 영희초등학교 앞에 문을 열었다.2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지속적으로 창업을 도울 예정이다.서울시와 보건복지가족부도 내년에 80억원과 130억원을 각각 내놓기로 했다.‘강남구판 그라민은행’인 희망실현창구가 사상 최악의 경제빙하기에 처한 서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8-12-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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