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모자 이야기/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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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8-09-20 00:00
입력 2008-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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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낡은 모자 속에서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사람들은

파도소리도 바람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깊은 밤 내 낡은 모자에 귀를 갖다대면

기적소리와 함께 시커먼 화물열차가 달려나오기도 한다

내 낡은 모자를 안고 오늘 나는 시장에 갔다

하지만 해 저물도록 아무도 사는 이 없어

나는 구름과 놀다가 기차를 타고 훌쩍

머나먼 사막으로 떠났다

누군지 모르는 그대여

내 낡은 모자를 사다오

달리는 화물열차 끝에 매달려 오늘도 나는

내 모자를 쓸 그대를 찾아 헤맨다
2008-09-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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