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인수위 과잉행동과 언론의 편승 보도/최영재 언론학부 한림대 교수
수정 2008-02-05 00:00
입력 2008-02-05 00:00
8년간의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에서 공화당 부시 행정부로 이른바 진보에서 보수로의 정권교체시기에 과거 정부와 미래 정부는 우리처럼 ‘단절’을 얘기할 법했지만 그렇게 신·구 정권이 합리적으로 연결되고 있었다.
2008년 대한민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신·구 정권의 인수인계는 그야말로 인수인계가 아니라 교체만 강조되고, 지금까지의 정부와의 단절 시도들이 난무해 황당하다. 그것은 아마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조용하고 침착하게 이전 정부의 업무를 인수하고, 차기 정부의 조직과 운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아직 인수되지도 않은 권력을 행사하려 들기 때문일 것이다.‘청와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책 기조를 둘러싼 마찰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인수위의 월권과 과잉행동에서 비롯되고 있다(서울신문 1월28일자 ‘인수위-청와대 사사건건 마찰음’).
여기에 일부 언론의 새로운 정치권력에 편승하는 듯한 보도는 인수위의 과잉행동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두둔하는 편파보도를 했던 신문들은 인수위 활동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중계 보도하고 있다.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현정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보다 더욱 공격적이다. 과거 정부와 단절을 도모하고픈 인수위의 위험한 정치행위는 이렇게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해 더욱 증폭 효과를 발하고 있다.
통합신당의 채수찬 의원에 의하면, 인수위의 월권행위는 1997년 말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당시 IMF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때문에 당선자와 인수위가 국정운영에 조기에 개입한 것인데, 이것이 노무현 당선자에 이어 이명박 당선자로 무비판적으로 인계돼 버렸다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당선자 비리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이른바 이명박 특검 등이 정치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해 인수위의 과잉행동을 조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수위의 과잉행동은 언론에 있어서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타당성,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의 동의 절차 등이 상당 부분 생략된 설익은 정책들이 인수위에서 발표되는 바람에 언론은 이것을 받아 적고 보도하느라 바쁘다. 모처럼 새 정권이 언론과 친해보겠다는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 riendly)’라는 말에 동조하여 그렇다면 새 정권과 친해 보겠다는 ‘파워 프렌들리(Power Friendly)’를 보여주는 보도 태도도 상당수 언론에서 발견된다. 서울신문의 인수위 보도는 나름대로 균형과 공정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1월28일 사설 ‘국민 불안 높이는 신·구 정권 충돌’과 2월1일자 사설 ‘인수위 가벼운 처신이 논란 키운다’ 등은 청와대와 인수위원회간의 갈등에 대해 양측에 적절한 충고를 하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인수위에 대해 마땅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최영재 언론학부 한림대 교수
2008-02-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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