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김우중의 여로/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수정 2008-02-01 00:00
입력 2008-02-01 00:00
그러나 세계경영을 꿈꾸던 그의 행로는 1999년 종말을 고했다.41조원의 분식회계와 9조원 부당 대출, 수출대금 20조원 해외 밀반출 사건이 터지면서 장장 5년 7개월간의 해외 도피생활에 들어갔다. 정부는 대우그룹을 살리려고 공적자금 28조원을 털어넣었다.9년이 지난 지금, 공적자금 3조 5000억원은 아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법원은 김 전 회장과 대우 임원들에게 23조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돈 나올 구멍은 변변치 않은 것 같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적색 수배자(red notice)로 해외 도피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 수사당국이 인터폴 178개 회원국에 송환요청서를 보냈지만 별무 효과였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는 그를 범죄자가 아니라 국빈 대접까지 했다. 프랑스의 한 모노레일업체는 그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연봉 30만달러를 주었다. 한국 여권이 만료되자 프랑스 여권을 발급해주어 10여개국에서 불편없이 활동하게 했다는 것이다. 세계에 깔린 그의 인적 네트워크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연말 사면됐다. 건강이 회복되면서 최근 측근에게 “(세계를)한 바퀴 돌고와야겠다.”고 말했단다. 해외를 돌아보며 경영감각을 다시 살리려는 의지와 열정이 대단하다고 한다.72세의 노쇠한 기업가는 아직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인생이란 관뚜껑을 덮을 때까진 모른다더니, 그의 남은 여로(旅路)가 궁금해진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8-02-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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