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사구시의 인수위가 되어야 한다/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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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12-28 00:00
입력 2007-12-28 00:00
이명박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의 가닥이 잡혔다. 대학 총장 출신의 최초 여성 위원장에 정치인 출신의 부위원장, 그리고 40대 핵심 측근들을 대거 중요 포스트에 임명했다. 당·정·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정계·학계·관계의 전문성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실무형 위원회라는 평가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정치인 중심도 아니고, 노무현 정부의 학자 출신 중심의 구성도 아니다.‘말’보다 ‘실천’을 중시하는 이 당선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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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이번 인수위원회는 크게 보면 좌우파간 집권세력의 교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지명하는 장관들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무위원 후보들을 선정하고 검증하는 역할까지 맡을 가능성이 있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이처럼 주목을 받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의 방향과 기본틀을 짜기 때문이다. 인수위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조직 분과간 협의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와 기능이 따로 놀 수 없듯이 인수위도 오케스트라처럼 운영되어야 한다. 일부 구성원들의 과욕과 충돌을 적절히 통제해내면서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정책 기조 수립에 있어서 ‘정권과 정책의 시간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먼저 공약 사항을 검토하면서 새 정부의 정책목표를 재점검해주기 바란다. 정책이 공약에 너무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정책 목표와 수단, 그 연계 관계와 목표들간 우선 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장·단기 정책은 구분되어야 하고, 청와대의 국정과제 수는 가급적 축소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호 충돌하거나 중첩적인 정책을 찾아내 조정하거나 폐기해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셋째, 이명박 당선자는 국민들의 경제살리기 열망에 의거하여 선택되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경제를 살려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적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현 정권의 ‘균형 발전’ 정책에 의해 오히려 더 심화된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공 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공약처럼 7% 성장은 아니더라도 만족할 만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제 정책의 총괄적 그림을 치밀하게 설계해 내야 한다.

넷째, 이 당선자의 공약대로 ‘선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국내외적으로 새 정부의 사명과 역할을 재검토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몇 가지 제언을 하자면, 정부 기구의 ‘기발한 작명’을 하는 것에 치중하지 말고 정책을 가장 잘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직 설계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아울러 부분보다는 전체적 발전과 조정을 고려한 개편이어야 한다. 인수위원들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제기되는 요구에 둔감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흔들려서도 안 된다. 또한 관료들의 직역 및 정책적인 이해가 걸려있는 조직개편에 너무 함몰되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정부는 매번 새로 구성되지만, 국가는 영속적이기 때문에 국정의 흐름이 지나치게 단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과거 정부의 인수위원회의 운영 상황들을 잘 검토해서 전수받을 것은 받고 버릴 것은 버려 실사구시(實事求是)하는 ‘실용적’ 인수위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2007-12-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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