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248차원 도형/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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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기자
수정 2007-03-26 00:00
입력 2007-03-26 00:00
보통 사람들은 수학에 관한 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확실하게 할 줄 알면 살아가는 데 별로 지장이 없다. 하지만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단순한 숫자 놀음을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논리력과 사고력을 길러 물리학·화학·공학·경제학 등 다른 학문의 기초 해결 능력을 제공하는 데 수학만 한 학문이 없다. 자연은 물론이고 건축물과 교통수단, 심지어 밥그릇·숟가락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모든 문명의 이기에는 수학이 담겨 있다. 수학이 없었다면 지금의 첨단문명은 언감생심이다.

며칠 전 세계 수학계에 세기적 경사가 터져 난리가 났다. 미국·유럽의 수학자와 컴퓨터 과학자 18명이 120년간 난제였던 248차원 도형(248면체·통칭 E8) 구조를 증명했다고 한다.1000년에 한 번 풀까 말까 한 7대 수학 난제 가운데 하나를 풀었으니 놀랄 만한 일이다.1887년 노르웨이 수학자 소푸스 리가 고안했다는 E8 구조의 해답을 찾음으로써 기하학과 물리학, 나아가 우주 구조의 규명에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니 더욱 반갑다. 이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고 세계적 수학·물리학 천재들이 모여 슈퍼컴퓨터를 동원해서 4년간 씨름했다고 한다. 해답 용량만 60기가바이트(GB)란다.1GB에 300쪽짜리 책 800권이 들어간다니까, 정답 풀이만 책으로 엮어도 5만권 가까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248차원은 어떤 세상일까.1차원은 선(線)의 세계이며 축이 하나(x)다.2차원은 면(面)으로 축이 2개(x·y),3차원은 입체 또는 공간으로 축이 3개(x·y·z)다. 인간이 접할 수 있는 차원은 여기까지다. 수학은 아직 시간 개념의 축이 추가된 4차원조차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248차원이면 축만 얽어 놓아도 신경망처럼 복잡하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이미 120년 전에 제시한 천재 수학자의 두뇌구조가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불가사의에 도전하는 천재들 덕분에 사칙연산만으로 버티는 보통 인생들이 첨단문명에 무임승차할 수 있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그래도 주마가편이라고, 수학자들은 나머지 난제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문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푸는 것보다는 쉬울 테니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3-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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