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완장/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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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7-01-24 00:00
입력 2007-01-24 00:00
동네 건달인 종술은 저수지 관리인이라는 완장을 찬 뒤 안하무인이 된다. 낚시질하는 사람들에게 기합을 주고, 몰래 물고기를 잡던 친구와 그 아들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읍내에 갈 때조차 완장을 두르고 활보한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자유당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완장은 우리에게 특이한 존재로 다가섰다. 그것은 차기만 하면 멀쩡하던 사람도 돌변하는 야릇한 것이어서 인간관계를 훼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항상 파업이 이슈화되는 현대자동차 정문을 통과하려면 말단 직원부터 임원까지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빨간 조끼를 입은 노조간부들은 자유롭게 드나든다고 한다. 이들은 현장 노동에서도 손을 뗐다. 빨간 조끼는 특권을 상징하는 최신형 완장인 셈이다.‘종술’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짐바아도 박사는 완장의 심리학에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인간의 실상”이라고 규정지었다. 언제쯤이나 이 지긋지긋한 ‘완장문화’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인지.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2007-01-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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