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행복과 웃음을 챙겨주는 사람들/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07-01-02 00:00
입력 2007-01-02 00:00
늘 그렇듯 이런 부류의 책은 읽을 땐 감동이 깊고 잔잔하나, 책을 덮는 순간 싹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여간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실천이 쉽지 않다. 하지만 연휴에 일독하면서 새해에는 신부님 말씀을 행동으로 옮겨보려고 욕심을 내봤다. 그렇게 하면 하는 일마다 잘 된다는데, 중간에 관둬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쨌거나 내게 행복을 챙겨주신 신부님의 따뜻한 마음은 값진 선물이었다.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작은 데서 행복을 찾으려고 의식적으로나마 노력해 보니 주변에 행복은 널려 있었다. 연말 연휴에 혼자 사는 고모를 찾았는데, 예전과는 색다른 기쁨을 얻었다. 칠순이 훨씬 넘은 고모의 얼굴에는 생전의 아버지 모습이 들어 있었다. 부모를 10년전에 여읜 처지라, 아버지를 빼닮은 고모와 어머니의 모습을 간직한 이모들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고모를 찾고, 어머니가 그리울 때 이모를 보면 되니, 고모와 이모는 그 존재만으로 내겐 행복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엔 내게 행복과 웃음을 챙겨주는 이가 쫙 깔려 있다.30년이 넘도록 나와 우리 형제·가족을 위해 한결같이 기도해 주는 H누님, 인생의 밑거름이 될 내용으로 ‘아침편지’를 꼬박꼬박 보내주는 K형, 열흘이 멀다 하고 가슴을 울리는 시(詩)를 한 수씩 정성스레 띄워주는 L형이 오늘 따라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후배 K의 새해인사 문자메시지는 한바탕 폭소를 내게 선사했다.“개년(개의 해)은 가고 돈년(돼지의 해)이 온다네요….”라나 뭐라나.
지난 한해도 국민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 노무현 대통령을 빼놓으려니 왠지 섭섭하다. 시중에 떠도는 ‘노무현 유머’를 듣고 퍽 많이 웃었지만, 정초부터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릴 수는 없어 내용은 생략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시름을 달랠 수 있었던 게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말 많고 개성 강한 대통령이 있었기에 쓴웃음이라도 지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올해는 대통령을 뽑는 해다. 또 얼마나 속터지는 일이 벌어질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3류 술안줏감 유머 말고, 국민에게 진정한 행복과 웃음을 챙겨주는 국가지도자가 나왔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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