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첫눈 감상/송한수 출판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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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12-02 00:00
입력 2006-12-02 00:00
1983년 11월29일=“교수님, 눈이 와요.”“어엉, 그러네. 자취하는 학생들 연탄가스 조심하세요.”

2006년 11월30일=“차장님, 눈이 내려요. 제법 많이 뿌리네.”“아, 미끄러운 길 조심해야겠어.”

11월 마지막 날 올해 첫눈이 내렸다.20여년 전 얘기를 꺼내자 “별별 걸 다 기억하고 있네.”란 말이 쏟아졌다. 또 다른 젊은이는 “첫눈도 봤는데,(오늘 저녁엔 집으로)그냥 갈 수는 없잖아. 소주 한 잔을….”에 “아니, 개띠도 아닌데 눈을 그렇게 좋아하세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때맞춰 휴대전화 ‘문자’가 울렸다. 지금껏 예쁜 글로 메시지를 보내곤 하는, 공직에 있는 옛 취재원이다.“눈이에요. 당신의 사랑이 담긴 하얀 송이송이가 세상을 포근하게 만들어요.”

‘펑펑’ 터진 여학생들의 함성을 제치고 연탄가스 조심하라고 덧대 일순 썰렁해졌지만 서설(瑞雪)이길 비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예나 오늘날이나 각박하다지만, 이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우리네 삶은 힘을 받는다.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2006-12-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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