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비문증/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6-05-25 00:00
입력 2006-05-25 00:00
문득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른다. 어머니는 틈만 나면 눈 앞을 휘저으며 저저분한 것들이 어른거린다고 하소연하셨다. 그때는 오랜 투병생활 끝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렇거니 지레 짐작했다. 진작 병명을 알았더라도 별 도리는 없었겠지만 어머니의 답답했던 마음은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며칠 후 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만취된 친구가 혀가 꼬부라진 말투로 중얼거린다.“그제 자네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술을 그만 먹이라고 그래. 벌써 두번째야.”어머니는 아직도 자식이 걱정스러워 친구의 꿈에, 또 날파리가 되어 내 눈에 어른거리는 것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6-05-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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