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항공업계 비방전 ‘재발’/김경두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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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3-21 00:00
입력 2006-03-21 00:00
국내 항공업계의 ‘고질병’인 헐뜯기가 또다시 도졌다. 상도의에 벗어난 행보를 자주 하다 보니 이제는 체질화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21,22일 이틀간 열리는 프랑스와의 항공회담을 앞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인천∼파리 노선 복수제를 놓고 상대방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한쪽은 ‘프랑스도 반대하는데 너무 편들어 주는 것 아니냐. 때가 되면 알아서 해준다는데 우는 소리 좀 그만하라.’는 것이며, 다른 한쪽은 ‘프랑스가 이렇게까지 반대하는 데에는 당신들의 방해 공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다.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상호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양측의 주장과 변명을 듣다 보면 상대방의 말은 바로 거부되고, 거짓말이 되고 만다. 불리한 것은 은근 슬쩍 가리고, 유리한 것은 부풀리고 키우는 탓에 기자도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어지러울 정도다. 그러나 한가지 곱씹어 본다면 양사가 벌이는 정당치 못한 ‘언론 플레이’나 헐뜯기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대표 날개’로 불리는 항공사나 ‘아름다운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항공사가 취할 태도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원인을 제공한 항공사나 이에 강력 대응하는 항공사나 모두 ‘오십보 백보’ 수준이다.

항공 회담의 당사국인 프랑스가 국내 항공사의 이런 추태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특히 양사의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수시로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같은 우려가 그냥 기우만은 아닐 듯싶다.

며칠 전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이 화물 운임에 대한 담합 의혹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터져나왔을 때 우리 항공사의 답변은 이랬다.“화물부문 세계 1위 기업(대한항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는 소문이 돕니다.”,“자기 회사(아시아나항공) 공시에 왜 남의 회사 이름은 걸고 넘어지는 겁니까.” 대한민국 국적항공사의 상생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김경두 산업부 기자 golders@seoul.co.kr
2006-03-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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