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당해 주기’/이상일 논설위원
이상일 기자
수정 2005-11-14 00:00
입력 2005-11-14 00:00
어느 정도 마시자 성 관료중 한 사람이 “옆방에 다른 손님이 있어 잠깐 실례하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나가서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 관료가 들어오자 또 다른 사람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상무는 그제서야 어렴풋이 눈치를 챘다. 중국 관료들이 돌아가며 자신에게 술을 먹이고 교대로 쉰다는 것을. 또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것은 왠지 술이 아니라 물 같았다.
그는 술 자리를 피할 수도, 술잔을 마다할 도리도 없었다. 중국 관료들이 이미 자신을 술로 쓰러뜨리려고 시나리오를 짰다면 ‘되도록 빨리 술 취한 척, 그리고 그들의 의도대로 당한 척하는 게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여러 사람이 각본 짜고 입을 맞추면 없는 것도 있게 하는 세상 아닌가. 술로 당하는 것쯤이야. 이런 생각도 잠깐, 그는 정말 술에 취해 쓰러졌다고 한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2005-11-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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