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하이퍼 디플레/이상일 논설위원
이상일 기자
수정 2005-09-24 10:37
입력 2005-09-24 00:00
이와 반대로 물건보다 돈의 유통량이 적으면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가 된다. 흔히 ‘물가상승은 악, 물가하락은 선’으로 간주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소폭의 물가상승이 바람직하다. 인플레의 적당한 폭을 놓고는 이론이 분분하나 10%이내라는 주장도 있다. 인플레 때 사람들은 수중에 돈이 많아져 더 물건을 산다. 더 팔리면 생산도 는다.
최근 국내 한 경제연구소가 “세계가 현재 중국발 하이퍼 디플레(hyper-deflation)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저가 상품이 미국, 유럽과 일본 등 무역상대국의 저물가와 경기둔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6월 물가 0.5% 하락, 미국의 2·4분기 물가 0.5% 상승을 놓고 ‘하이퍼 디플레’라고 부른 것은 다소 엄살이며 과장된 면이 있다. 세계대공황 시작때인 1929년부터 1년간 국제 곡물과 원자재값이 40%씩 폭락한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만 중국 생산품이 밀려오면서 우리나라 섬유 등 노동집약산업이 무너지고 물가도 크게 오르지 못하는 점에서 일면 디플레 주장에 수긍이 간다.
경제학은 디플레를 무엇보다 과잉투자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물건을 많이 만들어내지만 소비가 못 따라간다. 소비 부족 결과 투자가 줄고 그래서 소득과 수요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디플레 처방은 간단치 않다.‘대공황의 세계’의 저자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으로 “세계를 이끌 리더십의 부재”를 꼽았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풀고 위기 때 돈을 풀었더라면 대공황을 피할 수 있었거나 3분의2 정도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중국은 돈이 아니라 싼 물건을 맘껏 찍어낸다. 고임금국가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저임의 힘’을 행사한다. 누구도 거대 중국을 검사, 통제, 지도하기가 어렵다. 디플레의 그림자가 짙어보이는 것은 그래서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2005-09-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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