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이즈 수혈 은폐 의혹 밝혀라
수정 2005-09-07 00:00
입력 2005-09-07 00:00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한 대학생의 헌혈경력을 역추적한 결과, 이 학생이 지난해 12월 헌혈한 혈액이 여성환자에게 수혈됐다는 것이다. 환자가 이튿날 숨져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당국의 해명이다. 이 대학생의 혈액은 제약사에도 공급돼 적십자사와 식의약청이 이 사실을 해당 제약사에 알렸으나 이미 영양주사제로 제조돼 유통된 뒤였다고 한다. 당국은 이 의약품이 국제기준상 문제가 없고 100% 안전하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 전에 혈액원료가 에이즈 감염으로 판명되면 굳이 폐기하는 것으로 미루어 앞뒤가 다르지 않은가.
수혈에 의한 에이즈 감염은 현대 의학으로도 즉각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민 불안을 이유로 확인 후에도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당국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당국은 이번 사안에 대한 은폐의혹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일을 계기로 헌혈·채혈시 병력이나 헌혈경험 등을 묻는 문진을 강화해서 오염혈액을 초기 유통단계에서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혈액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전담기구의 신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혈액관리법 개정안의 입법도 서둘러 종합적·전문적인 혈액관리체계를 빨리 갖춰야 한다.
2005-09-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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