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신문의 위기… 뉴스의 위기/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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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5-24 00:00
입력 2005-05-24 00:00
요즘 신문업계의 주요 화두는 ‘신문의 위기’이다. 위기의 핵심은 신문 구독자들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5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국민 열명 가운데 여섯명이 가정에서 신문을 구독했는데, 이제는 열명 가운데 네명만이 구독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구독률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인터넷 등 다른 매체에서도 공공문제를 다루는 뉴스를 좀처럼 읽지 않는다. 읽어도 연예나 스포츠 정보를 보는 정도이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는 사람은 역시 신문을 읽는 사람이다. 따라서 신문 구독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뉴스를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신문 위기의 심각성은 이처럼 사회 전체로 볼 때 뉴스를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뉴스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또한 뉴스를 읽지 않을수록 사회 공공문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뉴스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와 직결된다.

신문업계와 언론학계는 요즘 왜 신문 구독률이 하락하고 있는지 분석과 진단에 나서고 있다. 필자가 참여한 한 연구는 최근 5년 동안 신문을 구독하다 중단한 구독 이탈자와 신문을 중도에서 바꾼 구독 전환자를 분석해 봤다. 분석결과의 일부를 요약하자면, 최근 5년간 중소형 신문에서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는 대형신문으로의 전환이 반대의 경우보다 많아 대형신문의 상대적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됐다. 대형신문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중요 요인은 경품과 구독료 할인 등 경품마케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신문이든 중소형 신문이든 최근 5년간 심각한 구독 이탈을 경험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대형신문에서는 그만큼 더 많은 구독이탈자가 나왔다.

구독자가 줄어드는 이유로는 아이러니하게도 경품 마케팅이 한몫을 하고 있었다. 신문을 지속적으로 구독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기사의 내용이나 편집, 논조가 마음에 들어서 구독한다고 응답한다. 반면에 구독 전환자들은 절반 이상이 경품과 구독료 할인 등 신문 외적인 이유를 전환 사유로 든다. 그러다 인터넷이나 무가지 등 유사상품이 있으면 구독을 중단하는 것이다. 결국 신문의 저널리즘 가치를 평가하기보다 경품이나 할인에 현혹되기 쉬운 사람들이 신문 구독을 중단하기 쉽다는 얘기다.

신문의 불공정 편파보도도 신문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문구독을 중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신문들이 전반적으로 정치권력화 되었으며, 특히 조중동 등 대형신문들이 편파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대로 불공정 편파보도에 대한 반발과 냉소가 구독 중단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신문의 경우는 최근 5년간 전반적으로 심각한 구독 이탈을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신문 구독자 대부분은 이전부터 구독해온 사람들이다. 서울신문의 구독자들은 경품이나 구독할인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구독한 사람이 많고 다른 신문에 비해 신뢰도가 높다.

결국 신문은 신뢰성과 공정성을 파는 저널리즘 상품이다. 시대를 읽는 신속 정확한 기사, 깊이 있는 분석, 고품질의 논평을 제공하는데 만족하는 독자는 신문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구독료를 깎거나 경품을 받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경품 마케팅의 영향력에 일단 휘둘리게 되면 모두 그렇고 그런 종이신문으로 전락해 버린다.

한동안 우리 사회는 신문을 비판하고 공격하는데 몰두해 왔다. 일부 시장지배적 신문들이 특정 정파를 부당하게 편드는 편파 보도를 일삼고 신문배급 시장에서 경품과 구독료 할인 등 부당한 거래를 한 만큼 비판은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신문의 몰락으로 인한 뉴스의 위기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신문 비판과 함께 신문읽기 운동을 함께 해야 할 판이다.



물론 신문이 먼저 공정과 신뢰가 있는 저널리즘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 아마도 개혁의 고통이 곧 밀려 올 것이다. 신문이 사회의 문화적 자산에서 싸구려 할인상품으로 전락하기는 빠르고 쉽지만 반대로 신뢰와 공정을 되쌓으려면 더디고 어렵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2005-05-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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