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업어주기/이용원 논설위원
수정 2005-04-19 08:27
입력 2005-04-19 00:00
아니었다. 비칠거리던 남자가 털썩 주저앉더니 말 한두마디 오가고는 이번엔 여자가 남자를 업었다. 키 차이가 10㎝는 좋이 넘을 텐데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횡단보도가 가까워 오니 남자가 잽싸게 내리고 둘은 손잡고 뛰어 건넜다. 젊은 애들 재미있게 노는구나. 괜히 부러웠다.
업고 업히는 것은 참으로 애정 어린 행위이다. 등과 가슴이 밀착해 전해지는 체온은 그 자체로 사랑이다. 이는 또 포옹과도 다르다. 가슴을 맞대는 포옹이 어느 정도 동등한 느낌을 준다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체중을 온전히 감당하는 업기는 무한한 받아들임이다. 그래서인가, 젊은 남녀가 번갈아 가며 업고 업히는 것을 보면서 둘의 사랑이 범상치 않을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오늘은 바로 퇴근해야겠다. 그래서 ‘늙은’ 아내 동네 공원으로 데려가 한번 업어줘야겠다. 그런데 업히긴 할까.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4-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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