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춤추는 재건축 대책/김성곤 산업부 차장
수정 2005-03-23 08:16
입력 2005-03-23 00:00
건교부는 22일 용적률 증가폭이 30% 미만인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도 임대아파트 건립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불과 5일 전에 입법예고했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뒤집은 것이다.
각종 법령의 입법예고 기간은 보통 20일. 대부분 정책은 이 기간을 거친 뒤 확정된다. 그런데도 입법예고 기간중에 이를 뒤집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집값을 잡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건교부가 화를 자초한 부분이 큰 탓이다. 당초 건교부는 용적률 증가폭이 30% 미만인 재건축 단지는 임대아파트 건립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도정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여기에 해당되는 13개단지를 친절히(?) 공개했다. 당연히 이들 단지의 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었고, 일부 단지는 호가가 5000만원가량 오르기도 했다. 건교부가 부랴부랴 입법예고된 내용을 번복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건교부는 가격 상승의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일부 언론이 이들 단지를 수혜단지로 분류하면서 집값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1주일도 안돼 입법예고된 내용을 번복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
도정법 개정안이 집값을 올리는 원인이 됐다면 그 조항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 법안을 제출할 때 바꿔도 늦지 않다. 집값이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 신뢰도도 중요하다. 이번 소동을 보면 건설 관련 법과 정책이 모두 집값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집값 안정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땜질식 대응으로는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정상적인 정책만이 집값을 잡을 수 있다.
김성곤 산업부 차장 sunggone@seoul.co.kr
2005-03-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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