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과/이기동 논설위원
수정 2004-06-10 00:00
입력 2004-06-10 00:00
조상 대대로 우리 가문 남자들이 제일 자신있는 일이 꽥 소리지르는 것.버럭 지르는 소리에 왜 항상 소리부터 지르느냐고 딸애가 대들며 사태가 커졌다.화가 나 방문을 쾅 닫고 들어와 잤는데 아침에 보니 문밖에 작은 쪽지 하나가 붙어 있다.“아빠 미안해요.내가 조심할 게.”
반가운 마음으로 선걸음에 아이 방으로 가려다 스스로를 붙든다.“딸아 미안해.내가 조심할 게.”라고 쪽지 답장을 써붙일까 하는 생각도 하다 만다.밤낮이 뒤바뀐 아이인데 이른 아침부터 기척소리를 내고 있다.출근길 아이 방문앞까지 갔다가는 ‘아니야,이 참에 버릇을 고쳐놔야지.’하며 돌아선다.사과는 힘있는 쪽에서 먼저 하는 거라고 글로는 써대면서 스스로는 왜 그게 안 되는지 모르겠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2004-06-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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