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사는 100 대 0이라더니…재심의 10건 중 3건 과실비율 변경

이승연 기자
수정 2026-10-25 17:57
입력 2026-10-25 17:57
세줄 요약
- 재심의 10건 중 3건가량 판단 변경
- 올해 변경률 29.5%로 5년 중 최고
- 과실비율 20%P 이상 변경도 31.6%
재심의 과실비율 변경 5년 중 가장 많아
과실비율 20%P 이상 바뀐 사례 31.6%
“판단 근거 투명히 하고 제도 개선해야”신호기가 교통정리하고 있던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가 켜지자, 좌회전 차선에 있던 A씨와 좌회전 및 직진 차선에 있던 B씨가 함께 좌회전을 하다가 충돌했다. 최초 보험사 과실 비율 판단에서 이 사고는 100% A씨 과실로 판단됐지만, 소심의와 재심의에서는 모두 B씨 과실 100%로 뒤집혔다. 앞차를 피해 우회전하려던 차량이 충돌 사고를 낸 사례에서도 최초에는 우회전 차량의 과실이 100%로 산정됐지만, 심의 결과 상대 차량의 과실이 100%인 것으로 뒤집혔다.
자동차보험 과실비율 분쟁에서 재심의 10건 중 약 3건은 기존 판단이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실비율이 20%포인트 이상 달라진 사례도 변경 건수의 3분의 1에 달했다. 과실비율은 사고 당사자의 손해배상 책임과 보험 처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험사의 최초 판단부터 심의·재심의까지 절차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손해보험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동차보험 과실비율 분쟁 재심의 1만 5816건 가운데 4660건에서 과실비율이 변경됐다. 변경률은 29.5%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연도별 재심의 결과 변경률은 2022년 27.8%, 2023년 27.3%, 2024년 28.1%, 2025년 26.8%였다. 매년 20%대 후반을 기록하던 변경률이 올해 들어 30%에 가까워진 것이다.
변경 폭도 컸다. 올해 과실비율이 바뀐 4660건 중 변경 폭이 20%포인트 이상인 사례는 1473건으로 31.6%를 차지했다. 과실비율이 50%포인트 이상 달라진 사례도 156건이었다. 과실비율이 일부 조정되는 수준을 넘어 사고 책임의 배분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과실비율을 둘러싼 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8월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에 통보된 소송은 6535건으로, 지난해 연간 통보 건수인 7365건의 88.7%에 해당했다. 이 가운데 소심의 이후 소송이 통보된 사례는 4743건으로 전체의 72.6%를 차지했다. 재심의 이후 소송 통보 건수는 1792건이었다. 심의 절차를 거친 뒤에도 과실비율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셈이다.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양측 보험사는 사고 경위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과실비율을 산정하고 협의한다. 보험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청구할 수 있다. 소심의 결과에 이견이 있을 경우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보험사가 사고 당사자의 주장을 반영해 과실비율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심의 과정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실비율은 사고 당사자 간 손해배상 책임을 나누는 기준인 만큼 판단 과정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초 보험사가 제시한 과실비율과 이후 심의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경우 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 과실비율 산정 기준과 심의 단계별 판단 변경 사유를 보다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 의원은 “자동차보험 과실비율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고 사실과 명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보험사의 최초 과실비율 제시부터 심의·재심의에 이르기까지 판단 근거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분쟁과 소송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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