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여정 MDL 시찰, 北 의도 면밀 파악해 적극 대응해야
수정 2026-10-23 00:59
입력 2026-10-23 00:10
北 잇단 이례적 장면, 대응 달라져야
저자세에 추가 도발 우려 더 커질 것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이 그제 포병 전문가이자 군부 실세인 박정천 국방성 고문 등과 북측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남부 국경 요새화’ 현장을 시찰했다. 김여정은 “남부 국경 영구화의 역사적 공정은 절대로 거스를 수 없다”고 했다. 또 “우리의 새로운 화력구분대들이 사격 진지를 차지한 것을 알게 만들어야 한다”며 포병 부대를 배치했음을 시사했다. “10월 중으로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날 북한은 MDL 북쪽 2㎞ 지점 북방한계선 일대에 만든 대전차 방벽의 사진도 공개했다.
김여정 같은 고위급 인사가 MDL을 시찰한 사실을 북한이 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다. 대전차 방벽을 공개한 것도 처음이고, 북한이 먼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협한 것도 이례적이다. 범상치 않은 일이 잇따른다면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북한이 적반하장 격으로 확성기와 포사격을 협박하는 것은 피해를 당한 우리의 대응이 물렀기 때문이다. 북한 지뢰 도발 한 달이 넘었지만 우리 정부가 예고한 ‘상응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이재명 대통령은 지뢰 도발을 “불의의 사고”로 규정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하다”고 펄쩍 뛰었다.
대북 확성기는 북한 주민과 군인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효과적 무기다. 되레 북한이 확성기를 틀겠다고 협박하고 나선 꼴이니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이러겠는가.
정부는 과거처럼 우리가 무조건 인내하며 손을 내밀면 북한이 호응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김여정이 직접 MDL에 내려와 ‘국경의 영구화’를 강조한 것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불가역적으로 굳어졌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통일부 당국자는 어제 북한의 대남 확성기 재개 협박에 대해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하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지뢰 피해를 당한 입장에서 나올 말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가 저자세로 나가면 더 얕잡아 보고 도발을 일삼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정부 들어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조건 없이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고 대북 5개 라디오 방송 등을 전면 중단했지만 돌아온 것은 지뢰 도발이었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대북 라디오 방송 재개 등 상응 조치를 더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이해 못 할 저자세로 일관한다면 정부가 북한에 약점이 잡혔다는 시중의 억측은 더 커질 것이고, 북한은 추가 도발에 더 대담해질 것이다.
2026-10-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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