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제대로 소통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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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김정호 기자
수정 2026-10-23 00:57
입력 2026-10-23 00:09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수장이 바뀐 지방자치단체의 공통된 키워드는 ‘소통’이다. 신임 지자체장들이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며 의욕적으로 나선다. 30여 년 전 지방자치가 개막한 이래 늘 그래 왔다. 이제 갓 출범한 민선 9기에는 타운홀미팅과 간부회의 생중계가 ‘소통 채널’로 유행하고 있다. 홍보와 헷갈리는 소통에서 진일보했다. 그동안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의 치적을 알리는 글을 잔뜩 올려놓고 시민과 소통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타운홀미팅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지역 현안도 토론하며 대의민주주의의 빈틈을 메울 수 있어서다. 특정인이나 집단이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계층을 고르게 참여시키고, 제기된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사후 보고서까지 작성해 공개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간부회의 생중계도 행정의 투명성과 공직자의 책임감을 높이면서 시민의 알권리도 충족시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자체장이 시민과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방자치에서 주인은 시민이고, 지자체장은 시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니 시민과 소통하는 것은 의무다. 소통 없는 행정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거나 사전에 조율하지 않아 사업이 장기간 멈춰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소통은 정치 생명과도 직결된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서 한 표가 아쉬운 판에 소통이 아닌 불통을 전면에 내세울 간 큰 지자체장은 없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소통은 중요하다. 다만 제대로 된 소통이어야 한다. 소통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말이 양방향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단방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장은 말하기만 하고 시민들은 듣기만 하는 일방통행식이다.

쓴소리를 듣는 경우는 더더욱 적다. 시민들로부터 바로 쓴소리를 듣는 게 부담스럽다면 조직 내부에 직언하는 그룹인 ‘레드팀’(Red Team)을 둘 만도 한데 사정은 그렇지가 않다. 민선 9기에는 레드팀을 만들겠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민선 8기에 경기도가 레드팀을 운영한 적이 있기는 한데 결과가 시원찮았다. 도입 초기 지방은 물론 중앙 관가에서도 보기 드문 조직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김동연 당시 경기지사가 “도정 전반을 다른 시각, 특히 ‘도민의 입장’에서 살펴보기 위해서다”라고 레드팀 도입 배경을 말해 기대를 더욱 키웠다. 그러나 레드팀이 제안한 1호 안건이 청사 내 일회용품 제한이어서 김이 샜다. 그 뒤에 나온 안건들도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 개인 숙박업체 물놀이시설 무료 수질검사, 잔반 줄이기 실천 캠페인 등이다. 쓴소리와는 거리가 있다. 도청 주간업무보고서 금지, 도지사 행사 일정 갑작스러운 변경 자제에서 그나마 살짝 쓴맛이 났을 뿐이다.

타운홀미팅과 간부회의 생중계는 반길 일이다. 또 다른 ‘소통 아이템’인 시장 개인 유튜브와 시장 직통폰 개설, 이동시장실 운영, 청사 개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들을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소통의 본질로 오해해선 안 된다. 자칫하면 소통이 ‘쇼통’(쇼+소통·보여주기식 소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소통인지, 쇼통인지 감별하는 일은 시민 몫인데 어렵지 않다. 지자체장이 듣기 불편하고 거북한 말일수록 가까이하면 소통,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박수받기만 원하면 쇼통이다.



김정호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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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전국부 기자
김정호 전국부 기자
2026-10-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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