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그냥 그대로 둬라

김상연 기자
수정 2026-10-22 01:55
입력 2026-10-22 00:47
어렸을 때는 비틀스의 노래 ‘렛 잇 비’(Let it be)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그냥 그대로 두라는 가사가 마음에 안 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해결해야지 내버려두라니, 무책임한 것 아닌가.
그런데 나이가 들어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풀기 어려운 인생의 난제들을 맞닥뜨리면서 이 노래에 깊은 철학이 담겼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흘러가는 대로 두자니 너무 괴롭고,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 일이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을 부여잡고 밤새 뒤척일 때 위안이 되는 말은 바로 ‘렛 잇 비’였다.
이 노래는 비틀스 멤버 간 극심한 불화로 폴 매카트니가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만들어졌다. 어느 날 매카트니는 꿈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그를 따뜻하게 위로하며 “억지로 해결하려 들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렴”이라고 ‘지혜의 말’을 속삭였다. 잠에서 깬 매카트니는 이 말에서 영감을 얻어 명곡 ‘렛 잇 비’를 썼다.
이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일면식도 없는 매카트니의 어머니에게 빚진 셈이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2026-10-2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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