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감추려 AIS 끄고 ‘암흑 기동’… 대만 둥사군도 침입한 中 해경선의 눈속임 작전 [밀리터리노트]

문경근 기자
수정 2026-10-21 17:27
입력 2026-10-21 17:27
세줄 요약
- AIS 끈 중국 해경선의 둥사군도 기습 침입
- 대만 경비함 급파, 주권·국제법 무선 설전
- 혼합편대·회색지대 전술로 압박 확대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프라타스 군도(둥사군도)를 둘러싸고 대만과 중국 간의 군사·외교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중국 해경선이 위치추적 장치를 고의로 끈 채 기습적으로 제한 수역에 침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에 맞서는 대만 경비함과의 사이에서 일촉즉발의 무선 설전이 오갔다.
흔적 없는 접근, 치밀하게 계산된 ‘암흑 기동’
파손된 중국 해경선의 모습. PHILIPPINE COAST GUARD (PCG)
21일 대만 해순서(해경)에 따르면 중국 해경 3102호는 둥사군도 북동쪽 제한 수역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선박 위치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완전히 불을 끈 채 항해하는 이른바 ‘암흑 기동’을 감행했다.
사전 경고나 통보 없는 은밀한 접근은 대만 해경의 감시망을 교란하고 기습적인 영해 침탈 압박을 가하려는 고도의 전술적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당국은 올해 들어서만 둥사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을 총 12차례 포착해 15척을 퇴거 조치하는 등 유사한 압박이 상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상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벌한 무선 설전
중국 해경선의 기습 진입 직후 대만 해순서는 1000t급 경비함 ‘타이중함’을 현장에 급파해 1 대 1 밀착 감시 대응에 나섰다. 타이중함이 중국어와 영어로 즉각 퇴거 경고 방송을 송출하자, 양측 간에는 주권을 두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날 선 무선 설전이 벌어졌다.
당시 중국 해경선은 대만 함선을 향해 “중화민국(대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만 타이중함도 “중화민국(대만)은 주권 독립 국가로서 중화인민공화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자 현상이다”며 “(중국 해경선이) 허가 없이 대만 수역에 진입한 것은 국제법 규정 위반이므로 즉각 떠나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공방은 단순한 해상 우발 충돌을 넘어 대만을 향한 중국의 주권 부인 공세가 해상 현장 최전선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경·어선·연구선 총동원된 ‘혼합편대’ 전술과 대만의 경계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의 대만 압박 양상이 군함 중심의 전통적 무력시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만 해순서는 중국이 해경선뿐만 아니라 과학연구선과 어선까지 섞은 ‘혼합편대’를 구성해 대만 주변 해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 집행이나 민간 활동을 방패 삼아 관할권을 행사하는 듯한 ‘회색지대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지역 평화와 안정을 흔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대만 국방부 집계에 따르면 대만 인근 공역과 해역에서 중국군 군용기 29대와 군함 6척, 공무 선박 9척이 동시에 포착되는 등 군사적 압박의 수위도 함께 치솟는 모양새다.
남중국해의 작은 섬 둥사군도를 둘러싼 이런 소리 없는 전쟁은 대만해협 전반의 군사적 긴장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의 치밀한 ‘암흑 기동’과 회색지대 압박이 거세질수록 대만 당국의 경계 태세와 해상 주권 수호 의지 역시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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