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주고 안보 받던 시대는 끝났다”…미국이 중동에 날린 냉정한 ‘손절’ 통보 [밀리터리노트]

문경근 기자
수정 2026-10-21 11:20
입력 2026-10-21 11:20
“동맹을 버리는 게 아니다”라지만… 80년 안보 우산 접은 미국의 무서운 경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의 근간이었던 ‘석유와 안보의 맞교환’ 공식이 마침내 공식 폐기됐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동 국가들을 향해 더 이상 무상의 안보 우산은 없다는 냉정한 통보를 날리면서 중동 전역이 거대한 안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80년 안보 체제의 종말… “우리가 목숨 바칠 시대는 끝났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톰 배럭 백악관 시리아·이라크 특사는 카타르 도하안보포럼에 참석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체제, 즉 미국이 석유를 대가로 안보를 제공하는 교환 관계는 더는 미국의 우선적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배럭 특사는 “지난 80년간 세계의 안보를 보장해 온 미국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중동을 위해 자국민의 목숨을 희생할 의도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십 대 자녀를 키우는 것과 같아 쉽지 않다”고 토로하며 중동 동맹국들의 전면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홀로 남겨진 걸프 국가들… 이란 공습 공포 속 ‘각자도생’ 비상
미국의 이번 선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군사 압박과 맞물려 중동 국가들에 치명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걸프 국가들은 미국에 이란과의 충돌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제는 한층 공격적으로 변한 이란을 상대로 방어벽을 스스로 구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 등의 미사일·드론 공습으로 주요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은 전쟁 초반 이미 막대한 방공 전력을 소모한 상태다. 미국의 전면적 개입이 차단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튀르키예 간 방위협정처럼 규모가 작고 다변화된 소규모 자체 동맹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떠나는 건 아니다”라는 엇갈린 신호… 깊어지는 불신과 루빅큐브 같은 정세
미국은 사우디를 주요 비(非)나토(NATO)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이란 인근에 항공모함과 해병원정대를 추가 투입하는 등 군사적 관여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고 있다. 배럭 특사 역시 “우리는 중동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모순된 행보가 오히려 역내 국가들의 혼란과 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라크,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 과거 미국의 개입이 언제나 예상치 못한 파국을 낳았듯, 한 번의 움직임으로 전체 판도가 뒤집히는 ‘루빅큐브’처럼 중동 정세는 이제 예측 불허의 대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문경근 기자
세줄 요약
- 미국, 중동 안보 무상 제공 종료 선언
- 걸프국, 이란·후티 위협 속 자력 방어 압박
- 새 동맹 모색 속 역내 불신과 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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