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녀 칼럼] 10년 만의 특별감찰관, 임명이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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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수정 2026-10-21 01:08
입력 2026-10-20 20:39

최길수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내일 여야 합의로 채택하기로
측근 권력형 비위 차단하려면
성역 없는 독립적 감찰이 핵심

10년 공석이던 특별감찰관의 부활이 임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제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합의했다. 여야는 22일 공소청 국정감사 중 전체회의를 열고 청문보고서에 적격 의견과 부적격 의견을 병기해 채택할 예정이다. 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한 달여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여러 차례 특별감찰관 임명에 강한 의지를 밝혀 왔다. 그런 만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지체 없이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인척, 수석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기구다.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공약으로 특별감찰관제를 제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고, 2014년 3월 민주당 주도로 관련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후보 추천 방식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한 끝에 1년여 뒤인 2015년 3월 여당인 새누리당이 추천한 이석수 변호사가 초대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감찰 갈등 속에 3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2016년 9월 물러났다. 이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으면서 10년간 공석으로 남았다.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제의 존재 가치를 부인하는 정치인은 없다. 그런데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태세를 바꿔 공방을 벌였다. 보수와 진보 대통령 둘 다 말로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강조했지만 정작 행동은 소극적이었다. 여야가 후보 추천에 합의하지 못하면 절차가 멈추는 구조적 한계를 방패 삼아 ‘권력 견제’라는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이 최 후보자를 임명해 특별감찰관 10년 공백을 해소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불편하겠지만 제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이 불행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에는 강훈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 신속한 후보 추천을 다시 요청했고, 올 4월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개시를 재촉하기도 했다. 야당은 청와대와 여당의 ‘짜고 치는 역할극’이라고 비판했지만 최 후보자의 최종 임명을 눈앞에 둔 지금 이 대통령의 특별감찰관제에 대한 진심을 굳이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다만 특별감찰관 임명 이후 이 대통령에게는 더 큰 과제가 남는다. 청와대는 지난 8월 최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철저한 원칙주의와 감찰 역량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소임을 수행하면서 대통령 친인척과 핵심 참모의 비리를 차단하고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적임자”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불편’을 감수해 ‘불행’을 예방하겠다고 말한 대로 특별감찰관이 법이 규정한 권력 감시와 견제 활동에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측근 비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보다 강하게 표명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우병우의 비위 의혹 자체보다 감찰 내용 유출을 국기문란으로 몰아 특별감찰관을 압박해 결국 물러나게 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최 후보자의 의지도 중요하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어떠한 외압이나 정치적 고려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 객관적 사실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했다. “성역을 두지 않겠다”면서 “민주적 판옵티콘(원형 감옥)으로서 권력의 건전한 견제 기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 후보자는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이 되는 순간부터 철저히 정치적 중립를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측근, 그중에서도 ‘정권 실세’로 불리는 이들의 비위를 두려움 없이 감찰할 수 있는지가 특별감찰관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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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수석논설위원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2026-10-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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