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감정의 몸짓, 뇌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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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6-10-19 15:40
입력 2026-10-19 15:40
세줄 요약
  • 무선 뇌영상으로 움직임 중 뇌 반응 측정
  • 우울 증상 수준 따라 부정적 몸짓 반응 차이
  • 전전두엽 왼쪽 앞부분 활성 변화 확인
생각하는 대로 뇌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행동에 따라 뇌가 바뀌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연구팀은 무선 뇌영상 장비를 활용해 사람이 직접 몸을 움직이는 동안 뇌 활동을 측정하고 우울 증상 수준에 따른 반응 차이를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뇌 연구 회보’(Brain Research Bulletin)’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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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제공


많은 사람은 몸짓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 반대로 몸의 자세나 행동이 감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우울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자세를 바로 했을 때 긍정적 감정이 늘고 피로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에 연구팀은 ‘같은 몸짓이라도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뇌가 다르게 반응하는가’에 주목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도 뇌 활동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뇌를 읽는 대표적 장비인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은 좁은 장비 안에 누워 움직임을 제한해야 하므로 웅크리거나 뛰는 동작 중 뇌 반응을 살피기 어렵다.

연구팀은 20~35세 성인 남녀 52명을 대상으로 이마에 착용하는 무선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이라는 장치를 착용하게 한 뒤 움직이는 중에 뇌 반응을 측정했다. fNIRS는 빛을 이용해 뇌 혈액의 산소 상태 변화를 측정하는 장치로 뇌가 활성화되면 혈류와 산소 상태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뇌 활동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실험에 앞서 우울 증상 설문과 정신건강 선별 면담으로 실험 참가자를 우울 증상이 거의 없는 27명과 우울 증상이 높은 집단 25명으로 나눴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부정적 감정 동작, 긍정적 감정 동작 중 하나를 취하도록 무작위로 배정했다. 부정적 감정 동작은 무릎 끌어안기, 크게 한숨 쉬기, 어깨 늘어뜨리기였고 긍정적 감정 동작은 깡충 뛰기, 박수치며 웃기로 구성됐다. 실험 참가자들은 각 동작을 30초 동안 하고 60초를 쉬는 과정을 네 번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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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감정 동작 수행 중 전전두엽 활동 변화
부정적 감정 동작 수행 중 전전두엽 활동 변화 건강군(왼쪽)과 우울 증상군(가운데)의 뇌 활동 지도(베타 계수) 및 두 집단의 차이(오른쪽, 우울 증상군−건강군). 빨간색은 활동 증가, 파란색은 활동 감소를 의미하며 흰색 원은 채널 13의 위치를 나타낸다(그림에서 오른쪽이 뇌의 왼쪽). 건강군에서는 세 동작 모두에서 채널 13 부위가 활성화된 반면, 우울 증상군에서는 같은 부위의 활동이 감소했다.

카이스트 제공


그 결과, 똑같이 부정적 감정 동작을 취하더라도 두 집단의 뇌 반응은 다르게 나타났다. 차이가 드러난 뇌 부위는 이마 바로 뒤에 있는 뇌 영역인 전전두엽 왼쪽 앞부분이었다. 우울 증상이 거의 없는 집단에서는 이 부위의 활동이 증가했지만 우울 증상이 높은 집단에서는 줄었다. 특히 부정적 감정 동작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동작에서 같은 부위의 반응 차이가 반복됐다. 반면 긍정적 감정 동작에서는 세 동작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뇌 활성 패턴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같은 몸짓이라도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뇌가 다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박영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앞으로 동작이나 운동을 활용한 정신건강 관리 방법을 연구할 때 개인의 상태를 고려할 필요성을 의미한다”며 “같은 동작을 했을 때 나타나는 뇌 반응과 실제 기분 변화를 함께 살펴보면 우울 증상 수준에 따라 어떤 동작이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휴대형 뇌영상 장비로 특정 동작에 대한 반응을 반복해서 측정하는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뇌 반응을 화면으로 확인하면서 동작을 연습하는 ‘뉴로피드백’ 연구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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