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T, 민간 창고에 수백억 쓰면서 공공 비축시설 안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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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6-10-14 00:04
입력 2026-10-14 00:04

민간 창고 보관료만 5년간 672억
관리 못 해 올해 농산물 3만t 폐기
재정여건 이유로 신설 추진 재검토
경남 함안 등 비축시설 확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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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식량안보를 위해 농산물 비축량을 늘리면서도 정작 이를 보관할 공공 비축기지 신설은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은 지 50년이 넘는 기존 공공시설들을 대신해 정부는 수백억원을 들여 민간 창고를 이용했지만 관리 한계로 올해만 폐기 농산물이 3만t 이상 쏟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안정적 농산물 수급과 중장기적 예산 절감을 위해서도 공공 비축기지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 비축을 위한 민간 창고 보관료는 2022년 43억원에서 지난해 212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169억원을 지출해 5년간 누적 보관료가 672억원에 달했다. 보관 물량은 8만 1122t에서 24만 8583t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민간 보관 물량이 급증한 것은 aT가 보유한 공공 비축기지 보관 능력이 한계에 달한 탓이다. aT는 부산 학장동과 노포동, 전북 전주, 전남광주, 대전 회덕, 충북 청주 등 6곳에 비축기지를 두고 있다. 6개소의 보관능력은 총 1만 8000t가량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6개소 비축기지는 대부분 50여년 전에 aT가 취득한 것들로 노후화가 극심하다. 이들 비축기지에 설치된 냉동기 가운데 14대는 이미 내용연수를 초과했다.

이에 aT는 지난해 5월 2029년 비축 수요를 전망한 결과 공공 저장시설 2만 6335㎡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공공 비축기지 신설을 추진했다. 경남 함안군 등 경상·전라·충청권 각 1곳에 총 2162억원을 투입해 신규 비축기지 3곳을 건설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aT는 불과 몇 달 뒤인 지난해 하반기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의 재정여건과 사업비 부담’ 등을 이유로 추진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매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민간 창고 보관료로 쓰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민간 창고에서는 관리의 한계 등을 이유로 비축 농산물이 대량 폐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까지만 양파와 무, 배추 등 총 3만 2012t이 폐기됐고 처리비용만 69억 4000만원이 들었다. 최근 5년간 전체 폐기량의 94.4%가 민간 창고에서 나왔다. 높은 민간 물량 비율을 감안하더라도 폐기가 과도하게 발생한 것이다. 이 의원은 “민간 창고에 맡긴 물량의 보관 상태와 기간을 aT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aT는 부산 학장·노포 시설을 대체하는 경남 함안군 비축기지 신설은 미루면서 기존 학장동 시설 등을 우선 매각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농산물 수급 안정화를 위한 역할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농산물 비축은 국민 먹거리와 물가 안정을 위한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정부는 노후 기지 매각에 앞서 공공 비축시설 확충과 비축농산물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준·손지은 기자
세줄 요약
  • 민간 창고 보관료 급증, 누적 672억원
  • 공공 비축기지 노후화와 용량 부족 심화
  • 올해만 농산물 3만t 넘게 폐기 발생
2026-10-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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