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금성호’처럼… 만선어선, 너울성 파도 만나 전복 가능성 무게

강동삼 기자
수정 2026-10-06 16:17
입력 2026-10-06 15:45
29t 조기잡이 근해자망어선
예상못한 고등어 산더미처럼 잡혀
어창·어구·갑판까지 어획량 쌓여
작업 마친 선원들 갑판서 휴식 중 전복
선장·선원 모두 구명조끼 착용 안해
선원들 부유물에 의지 구조 기다려
제주 차귀도 해상에서 전복된 어선은 지난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금성호 사고처럼 만선에 가까운 어획물을 싣고 이동하던 중 너울성 파도를 만나 선체가 기울면서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평소보다 많은 어획물을 선내에 쌓아둔 상태에서 너울성 파도를 맞아 배가 급격히 기울면서 전복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실제 예상보다 많은 어획물과 그물을 선내에 쌓아둔 상태에서 파도를 맞아 선체가 급격히 기울었다는 선원들의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제주 해상에서 만선 상태로 이동하다 전복됐던 ‘제135금성호 사고’를 연상케 하는 사고여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6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3시 4분쯤 제주 차귀도 북서쪽 약 65㎞ 해상에서 근해자망어선 A호(29t)가 전복됐다. 사고 당시 A호에는 한국인 선장 B씨(50대)와 인도네시아인 9명, 베트남인 1명 등 모두 11명이 타고 있었다.
사고 직후 인도네시아인 8명과 베트남인 1명 등 외국인 선원 9명은 인근 민간어선에 구조됐다. 그러나 선장 B씨와 인도네시아인 선원 1명은 실종됐다.
해경은 사고 다음 날인 6일 수중 수색을 이어가던 중 오전 9시 6분쯤 전복된 A호 우현 선실로 들어가는 통로 천장 부근에서 선장 B씨를 발견했다. 구조대원 2명이 선원들의 진술에 따라 조타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으며, B씨는 물속에 떠 있는 상태였다.
해경은 B씨를 함정으로 인양한 뒤 헬기로 병원에 이송했지만 발견 당시부터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고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가족 확인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고 선박의 선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녹색 계열 반팔티와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작업을 마치고 휴식하기 위해 선내에 있던 상태여서 구명조끼는 착용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금성호 사고때의 만선을 연상시키고 있다. 자망어선인 A호 역시 예상보다 많은 어획물을 확보한 뒤 선내에 그물과 어획물을 쌓아둔 상태에서 모슬포항으로 복귀하다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선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A호는 조기를 잡기 위해 출항했지만 고등어 등 예상하지 못한 어획물이 상당량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자망어선은 양망한 뒤 선내에서 그물에 걸린 어획물을 분리해 어창에 넣지만, 이번에는 어획량이 많아 분리 작업을 끝내지 못한 채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원들은 어창뿐 아니라 선수 쪽 어구 보관함에도 그물을 쌓아뒀으며, 일부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처럼 선내에 많은 무게가 실린 상태에서 너울성 파도를 맞으면서 선체가 우현으로 급격히 기울어 전복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고 파고는 약 2.5m, 북서풍은 초속 12~14m가량 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경은 ‘만선과 너울성 파도’를 사고 원인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평소보다 많은 어획물과 그물이 선내에 쌓여 있어 복원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너울성 파도를 맞으면서 우현으로 급격히 기울었다는 것은 선원들의 진술에 따른 것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은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선원들은 양망과 선내 정리를 마친 뒤 씻거나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배가 갑자기 기울면서 구명조끼를 착용할 여유가 없었다는 게 선원들의 진술이다. 구조된 선원들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갑판 주변이나 선미 쪽에 있다가 바다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출항 신고 인원과 실제 승선 인원이 달랐던 점도 확인됐다. A호는 지난 2일 경남 삼천포항에서 출항할 당시 8명이 승선한 것으로 신고됐지만 실제로는 11명이 탑승했다. A호의 승선 정원은 12명으로 정원 초과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베트남인은 불법체류 신분으로 확인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인계됐다.
해경은 승선원 변동이 있을 경우 직접 변경 신고를 해야 하지만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현재 함정 8척과 항공기 5대를 투입해 사고 해역 주변 가로·세로 20해리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전복된 선박 내부에서는 조타실과 선실, 식당, 기관실, 통로 등을 중심으로 수중 수색을 벌였지만 실종된 인도네시아인 선원 1명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세줄 요약
- 차귀도 해상 어선 전복, 선장 사망·1명 실종
- 만선에 가까운 어획물·그물 적재 상태로 이동
- 너울성 파도와 복원력 저하 가능성 집중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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