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AI에 완전히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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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나리 기자
수정 2026-09-10 00:39
입력 2026-09-10 00:39

오픈AI, 사람 인증 48단계 통과
범용 AI 기대 속 통제 불능 우려도

인간 감시 피한 AI
90년 수학 난제도
88시간 만에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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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인공지능(AI)이 인간과 기계를 가르던 경계를 잇달아 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 수준의 성능을 보인 최신 모델은 이번에는 컴퓨터 접속자가 사람임을 확인하려 만든 문제를 48단계까지 모두 풀었다.

오픈AI의 더 강력한 내부 모델은 상금 100만 달러(약 13억 3000만원)가 걸린 수학 난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AI의 광범위하고 빠른 고도화에 범용인공지능(AGI)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지만, 인간이 AI를 끝까지 통제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오픈AI 개발자 샤리프 샤밈은 8일(현지시간) 엑스(X)에 최신 모델 ‘GPT-6 아스트라’가 캡차(CAPTCHA)를 본뜬 브라우저 게임 ‘로봇이 아닙니다’를 푸는 모습을 공개했다. 캡차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지만 자동화 프로그램은 풀기 어렵게 문제를 내 접속자가 사람인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아스트라는 일그러진 문자를 읽고 여러 사진에서 신호등이 찍힌 칸을 골랐으며, 비슷한 이미지 속 쿠키와 개도 가려냈다. 48단계를 모두 통과한 뒤에는 ‘인간 증명서’를 받았다. 아스트라는 앞서 한국 수능에서도 전 과목 만점 수준의 결과를 냈다.

오픈AI는 같은 날 인간이 약 90년간 풀지 못한 수학 난제의 해법도 내놨다. 자사 내부 AI가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CMI)의 ‘밀레니엄 7대 수학 난제’ 가운데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CMI는 2000년 7개 난제에 각각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고,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해결된 것은 푸앵카레 추측 하나뿐이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물이나 공기 같은 유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공식으로 일기예보와 항공기·자동차 설계, 혈류 분석 등에 쓰인다. 난제의 핵심은 매끄럽게 흐르던 유체에서도 어느 순간 소용돌이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져 유속 같은 값이 무한대로 치솟는 ‘특이점’이 생길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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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챗GPT 생성이미지
로봇 챗GPT 생성이미지


오픈AI는 165쪽 분량의 논문에서 특정 조건에서는 이런 특이점이 유한한 시간 안에 생길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 가동 88시간 만에 해법에 도달했고, 아스트라를 이용해 증명 보조 도구 ‘린’(Lean)으로 논리를 검증하는 데 17시간을 더 썼다.

다만 난제 해결로 공식 인정받으려면 수학계의 검증과 CMI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이준상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종적인 타당성과 학문적 의미는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AI가 계산 보조를 넘어 인간이 풀지 못한 수학적 난제의 증명을 탐색하고 형식적으로 검토하는 새로운 연구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 준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오픈AI의 난제 해결 발표 전부터 연구 우선권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이 난제를 앤트로픽 소속 수학자 레벤트 알푀게와 함께 별도로 연구한 트리스탄 벅매스터 뉴욕대 교수는 오픈AI가 양측의 연구 결과를 함께 발표하자며 알푀게를 저자 명단에서 빼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고 지난 7일 주장했다. 오픈AI는 부인했다.

AI 성능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통제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픈AI를 거쳐 앤트로픽에서 AI 모델 학습을 연구해 온 제이컵 콕슨은 최근 회사를 떠나며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성능을 높이는 AI가 개발 경쟁 속에서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가장 공격적인 시나리오 가운데 상당수가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내년 말이면 이미 상황이 통제 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픈AI 코리아는 이날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 규모가 1년 새 약 28배 늘었다고 밝혔다. ‘챗GPT 워크’와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의 국내 주간 활성 이용자도 6개월 만에 14배 증가했다.

민나리 기자·유용하 과학전문기자
세줄 요약
  • 캡차 48단계 통과, 인간 판별 경계 붕괴
  • 나비에-스토크스 해법 제시, 90년 난제 도전
  • AGI 기대 확산, 통제 불능 우려 동반
2026-09-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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