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년원 정신과 위탁 진료, 4년 간 최대 17배↑…상주 전문의 사실상 ‘전멸’

김성은 기자
수정 2026-04-20 20:21
입력 2026-04-20 15:29
소년원 10곳 중 상주 전문의 단 2명…의료 특화 대전소년원 ‘0명’
선진국은 ‘처벌’보다 ‘치료’에 중점…美, 치료 중심 시스템 구축
韓은 법으로만 치료 보장…현실은 촉탁의 처방·약물 투여 반복
국내 소년원 내 정신과 전문의 부재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의료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대전소년원조차 상주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다. 정신과 진료 수요는 늘어나는데 상주 전문의가 없다 보니, 전국 소년원 대부분이 외부에 의존하면서 원외 위탁 진료는 4년 동안 17배까지 급증했다.
법으로는 소년원 아동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 대신 외부 처방과 약물 투여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년원 의료를 국가의 시혜가 아닌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선진국과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의료소년원’ 대전조차 상주 전문의 없어…텅 빈 의료 현장20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전국 소년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소년원 중 상근 전문의가 있는 곳은 대구소년원과 춘천소년원 단 두 곳뿐이었다. 그마저도 정규직이 아닌 임기제 파트타임 인력이었다.
의료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대전소년원마저 상주 전문의는 단 한 명도 없다. 정원 2명 중 실제 근무 인원은 0명이다. 사실상 ‘상주 전문의 전멸’ 상태다.
이처럼 전문의 채용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배경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급여 체계가 있다. 소년원 한 관계자는 “4~5급 상당의 공무원 보수 지침을 따르는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전문의 급여가 민간 병원 급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보니 지원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선진국은 ‘재활’ 중심…美, 소년원생 정신건강 치료 ‘기본권’ 보장이러한 인력 공백은 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소년 범죄의 흉포화에 따른 ‘처벌 강화’ 여론에만 힘이 실리면서 정작 재범 방지의 핵심인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소년원을 단순한 처벌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 판단 능력이 미성숙한 시기에 저지른 범죄인 만큼 정신 건강 문제를 적기에 치료해 이들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은 수정헌법 제8조와 제14조에 따라 소년원 수용 아동이 적절한 정신건강 치료를 받을 권리를 헌법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는 지난 2012년 미시시피주 월넛 그로브 소년 교정 시설(WGYCF)을 조사한 뒤 의료 서비스 방치를 위헌으로 규정하고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하는 소년 75~100명당 전일제(FTE) 정신과 전문의 또는 그에 준하는 전문 인력을 최소 1명 이상 배치하도록 명령하며 실질적인 치료 체계를 확립했다.
원내 진료도 최대 43배…전국 소년원 ‘의료 과부하’ 심각우리나라 역시 법적으로는 소년원 수용 아동의 치료와 건전한 성장을 명시하고 있다. 현행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보호소년의 성장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신장시켜 사회 적응력을 길러 건전한 청소년으로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20조는 “원장은 보호소년이 질병에 걸리면 지체 없이 적정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이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정신과 진료 수요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료가 필요한 원생이 급증하고 있다. 관리 체계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료 재활의 최후 보루인 대전소년원조차 전문의 한 명 없이 과부하 상태로 운영되다 보니 정신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일반 소년원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소년원의 진료 실태를 살펴보면 이러한 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소년원 정신과 진료 횟수는 원내와 원외를 합쳐 평균 1.5배 늘었다. 부산소년원이 5.9배로 가장 크게 증가했고 춘천소년원이 4.7배, 대구소년원이 2.0배 늘었다.
외부 병원에 의존하는 원외 위탁 진료의 경우, 제주소년원은 2022년 12회에서 2025년 204회로 약 17배 급증했으며, 춘천소년원과 대구소년원 역시 3~4배 가량 늘었다. 서울, 광주, 대전 등 대도시 지역 또한 외부 진료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원내 진료 상황도 심각하다. 춘천소년원은 원내 진료가 12회에서 519회로 43배 폭증했다. 부산소년원의 경우 6배 가까이 늘었다.
의료 재활 전문 대전소년원의 상황도 심각하다. 원내 정신과 진료는 2022년 1632회에서 2025년 1730회로 늘었고 외부 병원에 의존하는 원외 위탁 진료는 같은 기간 12회에서 81회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심리 치료 없는 약물 처방은 ‘수박 겉핥기’일 뿐”전문가들은 상주 전문의 공백 상태에서 이뤄지는 ‘촉탁의’ 중심 진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소년 비행 원인은 유전 등 생물학적 요인 뿐만 아니라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 부모의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방임 등 복합적인 환경 요인과 깊게 얽혀 있어 집중적인 심리 치료가 병행돼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심리 치료는 커녕 증상 완화에만 급급한 ‘처방 중심’ 진료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동선 W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은 “이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약물 처방보다 트라우마 중심의 정신 치료와 가족 상담이 훨씬 중요하다”며 “상근 전문의가 없는 상태에서 촉탁의가 짧은 시간 진료하는 시스템은 결국 행동과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 처방에 의존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이어 “근본 치료가 안 돼 약물 용량을 늘리거나 복합 약물 처방에 치중된 약물 중심 치료가 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최근 정신과 약물 부작용 빈도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위해서는 정신보건 전문가로 이뤄진 팀 접근의 치료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가 약속한 ‘적정한 치료’ 의무가 현장에서는 외부 처방과 단순 투약 관리라는 최소한의 조치로 대체되고 있는 셈이다. 상주 전문의 부재라는 현실의 벽과 행정 편의주의 속에 국가의 의무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의 김희진 변호사는 “소년원은 단순히 아동을 격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맞춤형 교육과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사회 복귀를 돕는 곳이어야 한다”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법령으로 소년 보호에 적합한 의료·상담 인력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국가의 의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세줄 요약
- 전국 소년원 상주 정신과 전문의 사실상 전멸
- 위탁 진료 4년 새 최대 17배 급증, 의료 과부하
- 치료·상담보다 약물 의존 심화, 제도 개선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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