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병 필요없어!”…다카이치의 ‘선물’이 한국 압박 가른다 [권윤희의 월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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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6-03-18 19:01
입력 2026-03-18 16:58

트럼프, ‘파병 소극적’ 동맹에 공개 불만
시험대 먼저 오른 日…패키지도 만지작
미일회담 따라 한국 압박수위 달라질 듯

[월드뷰 3줄 요약]
●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소극적인 동맹들에 공개 불만을 드러내면서 미일 정상회담이 한국에도 중대 변수가 됐다.
● 일본이 파병 요청에 응하면 한국은 비교 압박에 직면할 수 있고, 거부해도 미국은 다른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 다카이치의 답이 곧 한국이 감당할 안보·통상 압박의 수위를 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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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함에서 미 해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동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손짓하고 있다. 2025.10.28 요코스카 AFP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는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함에서 미 해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동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손짓하고 있다. 2025.10.28 요코스카 AFP 연합뉴스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토에 매우 실망했다. 다른 두어 국가에 대해서도 실망했다.
사실 우리는 애초부터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본도, 호주도,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번 일은 훌륭한 시험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3.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간밤 나토는 물론 일본·호주·한국 등 동맹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지원 소극론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는 선을 긋고 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고, “미국은 이제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 애초부터 원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겉으로는 미국 단독으로 움직이겠다는 메시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의 “시험대” 언급대로 어느 동맹이 미국의 안보 부담 분담 요구에 응할지를 가려내겠다는 성격이 짙다.

그래서 1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은 일본만의 회담이 아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지원을 요구한 이후 처음으로 직접 답을 내놓는 첫 주요 동맹 정상이다. 일본이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정치적 기여를 약속하면 그 선례가 곧바로 한국을 향한 압박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자위대 파견, 왜 말처럼 쉽지 않나…日 현실적 시나리오는하지만 일본의 처지도 진퇴양난이다.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지만, 전투가 진행 중인 해역에 자위대를 보내는 문제는 평화헌법과 국내법, 여론이 모두 얽힌 고난도 사안이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를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포기하고,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과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일본 내 여론 역시 매우 냉담해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을 지지하는 응답은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현재 호위 임무 계획은 없고 법적 틀 안에서 가능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일본 정부도 아직 미국의 공식 요청은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헌법상 자위대 파견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본은 2015년 안보법제 정비 이후 일정한 요건 아래 제한적 집단적 자위권 행사 여지를 인정해 왔다.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권리가 근본적으로 침해될 명백한 위험이 있고 ▲다른 수단이 없으며 ▲무력 사용이 최소한에 그칠 경우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법적 여지가 곧바로 호르무즈 파견의 정당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이번 사태가 일본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하는지, 또 자위대 투입이 불가피하고도 최소한의 대응인지에 대해 국내 정치와 국제법 논란 속에서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지금 일본 정부가 하는 일은 파견 확정보다 그 판단을 가능하게 할 명분을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다.

물론 일본 방위성은 2019년 각의결정에 따라 중동에서 일본 관련 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한 자위대 정보수집 활동을 시작했고, 해상자위대는 2020년부터 구축함과 P-3C 초계기를 투입해 임무를 이어 왔다. 자위함대 공식 연혁에는 1991년 걸프전 뒤 페르시아만에 소해부대를 파견한 전례도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이 끝내 움직이더라도, 당장 전투 해역에 뛰어들기보다는 휴전·정전 이후 소해 작전이나 정보수집·후방지원 같은 저강도 임무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쪽이 훨씬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꼽힌다.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적 기여에 나설 경우, 미국은 이를 곧바로 ‘동맹이 응답했다’는 선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의 대답, 왜 한국에 변수 되나…트럼프식 압박 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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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사와기리. 일본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사와기리. 일본 해상자위대 홈페이지


일본이 전투 해역 직접 진입이 아니라 정보수집, 감시, 연락관 확대, 후방 지원 같은 낮은 단계의 조치여도 한국은 곧바로 ‘비교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경우 청해부대 임무 확대, 상선 보호 강화, 정보공유 확대 같은 ‘파병보다 낮고 무대응보다 높은’ 절충안을 두고 압박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이 직접 파견에 선을 긋는다면 한국도 일단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 분석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거부를 다른 동맹 압박의 재료로 삼아 한국을 향해 다른 형태의 기여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LNG의 약 2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구조다. ‘공식 청구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 한국 역시 압박의 사정권 안에 있다.

특히 한국은 호르무즈 문제 외에도 방위비, 통상, 대미 투자 같은 한미 현안이 함께 얽혀 있어 일본보다 더 복합적인 형태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2025년 4월 방위비 문제를 관세 협상과 함께 거론했고, 같은 해 5월에는 주한미군 약 4500명 감축 검토 보도가 나왔지만 한국 국방부와 미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이어 7월에는 한국이 미군 주둔 대가를 더 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언급했고, 올해 3월에는 한국이 다른 주요 교역국들과 함께 미 USTR의 새 무역법 제 301조 조사 대상에도 포함됐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파병을 조건으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추가 관세를 직접 통보한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방위비와 통상을 함께 다루겠다는 트럼프식 접근법, 주한미군 감축설이 반복적으로 불거진 전례, 추가 관세 압박이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워싱턴이 호르무즈 기여 문제를 방위비·주한미군·관세와 느슨하게라도 연계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청구서, 군함 한 척으로 끝날까…공헌 패키지 주목더 주목되는 변수는 일본이 직접 호위 대신 어떤 ‘공헌 패키지’를 내놓느냐다.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미국의 미사일 방어 구상인 골든돔 참여, 미사일 공동 생산 같은 경제안보 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이 군사적 직접 개입 대신 에너지·광물·방산 협력으로 트럼프를 일정 부분 달래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도 해상 정보 협력, 에너지 수급 공조, 대미 산업안보 협력 강화 같은 우회 카드로 대응할 여지를 넓힐 수 있다. 다만 트럼프가 이런 우회로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유럽의 태도도 한국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 교전 상황에서 호르무즈를 무력으로 다시 여는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상황이 진정된 뒤에는 국제적 항행 보호 체계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지금은 직접 개입을 피하되 이후 항행 안전 협력에는 참여하는 단계적 접근이다.

일본도, 한국도 결국 이런 회색지대를 어디까지 설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그보다 더 분명하고 눈에 띄는 기여를 원하고 있다.

결국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은 자위대가 실제로 호르무즈에 가느냐보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요구하는 최소 기여선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일본이 그 선을 어디에 긋느냐가 드러나는 데 있다. 일본이 일부라도 응하면 한국에 대한 압박은 한 단계 높아질 수 있고, 일본이 거부하더라도 미국은 한국에 다른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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