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 외국인 송환 절차 까다롭고 오래 걸려 中 피의자 적색수배, 송환 여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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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이지훈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유출 규모가 3367만명에 이른다는 민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지난 10일 나오면서 이번 유출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 A씨의 송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 수사도 A씨 조사만을 남겨둔 상태다.
문제는 현재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A씨를 국내로 불러 조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찰은 일찌감치 A씨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중국 측으로부터 응답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당국의 협조 없이는 피의자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해외에 체류중인 김범석 쿠팡 의장에 대해서도 입국시 통보조치를 해 놓은 상황이지만, 한국에 스스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직접 조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김 의장은 현재 미국과 대만을 주로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으며, 택배노동자 과로사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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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정보유출 규모 및 유출 경로
우리나라는 77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테러나 살인 등 중대범죄로 해당 국가에서 적극 나서지 않는 한 강제송환된 사례가 많지는 않다. 특히 자국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외국에 넘기지 않으며, 범죄인 인도 여부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받는 등 절차 또한 까다롭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6~2025년 10년동안 우리나라와 외국 간 범죄인 인도 청구 건수는 총 543건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외국에 요청한 경우는 436건(80%),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요청한 경우는 107건(20%)이다.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대표적인 범죄인 인도 사례로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있다. 1997년 4월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용의자였던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한 뒤 16년만에 한국으로 송환됐다. 2009년 이 사건을 담은 영화가 개봉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자 검찰은 그해 말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반 뒤인 2011년 6월 패터슨이 미국에서 다른 범죄로 체포된 뒤에야 한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 대상자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2012년 10월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의 송환 판결을 거쳐 2015년에야 한국으로 송환됐다.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우리가 거절한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한 혐의로 한국에서 2018년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손정우는 미국에서도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기소됐다. 미 법무부는 손씨 사건을 수사한 연방 검찰의 요청에 따라 2020년 한국에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구했지만, 서울고법 송환 불허 결정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관련 수사가 진행중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미국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중형이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송환 불허 결정이 온정적 처사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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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사태 및 수사 일지
중국과는 2002년 4월 범죄인 인도 양자 조약을 맺었다. 보이스피싱 등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뒤 중국으로 도피했던 조직원 5명을 2019년 9월 강제송환 한 사례 등이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이번 쿠팡 사건에 대해 A씨를 한국에 인도할지는 미지수다. A씨가 자발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한 수사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A씨가 자발적으로 입국하지 않는 한 송환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인터폴 수배가 내려진 만큼 향후 다른 국가에서 체포되거나 할 경우 송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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